근무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자는 발상은 박근혜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위기 극복 차원에서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논의됐고, 근로시간 단축이 하나의 방안으로 부각됐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긴 2193시간(2010년 기준)이다. 2007년 43.4시간에 달하던 주당 근로시간은 지난해 41.4시간까지 줄어들었지만 경기침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취업자의 5분의 1은 여전히 주 54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의 취지가 공감대를 얻었던 이유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초반 대졸 초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당시 대기업의 일자리 나누기를 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 운동’에 빗대기도 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나누기는 구조조정의 성격도 있었다. 일정 직급 이상인 직원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뒤 계약직이나 청년층 고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0년 노·사·정이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자고 합의했지만 기존 근로자들이 임금 감소에 반발, 구체적인 실행엔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과거와 달리 수단보다 ‘목적’에 가깝다. 격무를 줄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중은 2008년 32.3%에서 2011년 44.7%까지 늘어났다. 고용률 상승의 열쇠인 여성 고용을 늘리려면 단시간 근로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30대 시간제 여성 근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발적으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 창출을 위한 고육책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물은 여전히 많다. 공무원의 근로시간 단축은 가뜩이나 비대한 공공 부문의 덩치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안전행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증액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견해다. 기재부 역시 공공 부문 복지비용이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최근 총리실에서서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유미/김주완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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