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폭락] 과열경보 울린 '아베주가'…日 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입력 2013-05-23 17:15   수정 2013-05-24 02:19

일본 증시 폭락 - 닛케이 왜 폭락했나

車 등 일부 업종 빼면 실적개선 기업 많지 않아
국채금리 예상밖 급등…한때 年1.0%로 치솟아




일본 증시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줄곧 상승세를 지속했다. 아베가 일본 자유민주당 대표로 임명됐던 작년 11월만 해도 9000선을 맴돌던 지수는 최근 들어 15,000선을 훌쩍 넘었다. 모두가 과열이라고 생각했다. 아베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어지간한 악재는 모두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한 차례 매도 광풍이 불었다. 23일 닛케이225지수는 7% 이상 떨어졌다. 폭락 배경에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내각이 첫 시련에 직면했다.

○너무 앞서간 일본 증시

아베노믹스는 그간 승승장구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외환시장에서 거뒀다. 고질병으로 불리던 엔고를 단숨에 해결했다. 작년 하반기 달러당 70엔대 후반에 머물던 엔화 환율은 아베 내각 출범 후 5개월 만에 100엔 선을 뚫어버렸다. 모처럼의 엔저는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주가를 밀어올렸다.

그러나 너무 나갔다.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은 60%를 넘나들었다. 반면 실제로 실적이 개선된 기업은 자동차 등 몇몇 업종에 불과했다. 수입가격 상승으로 내수기업 중에는 오히려 실적이 뒷걸음질친 곳도 적지 않다.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일본 전체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 개선폭이 전년 대비 20%대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비춰보더라도 주가 상승폭이 지나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가 상승을 지탱하던 아베노믹스가 하나둘 부작용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수지. 지난 22일 발표된 일본의 4월 무역수지는 10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했다. 적자폭도 4월만 놓고 볼 때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화력발전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뇌관 ‘채권시장’

지난달 4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을 때 채권시장에는 이런 말이 돌았다. “연못에 고래가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장기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경우 채권시장에 품귀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채권 매물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르고, 국채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구로다 총재도 그렇게 생각했고, 또 그렇게 기대했다.

일본 정부의 기대는 초반부터 무너졌다. 금융완화 정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달 5일부터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연 0.3%대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23일엔 장중 한때 연 1.0%까지 치솟았다. 장기 금리는 아베노믹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금리가 올라버리면 설비 투자와 소비심리가 얼어붙는다. 아베의 성장정책이 허사가 되는 셈이다.

장기 금리 상승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초 평균 연 1.35%에서 최근엔 연 1.4%대로 올라섰고, 기업대출 금리도 최근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 상승을 촉발한 근본 요인은 양적완화를 핵심으로 한 아베노믹스. 여기에 손을 대자니 엔저와 주가 상승이라는 최대 치적이 허물어질까 걱정이다. 오노기 게이코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확실히 밝히지 않음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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