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물리학이 바꾼 세상 설명
우리 안의 우주
닐 투록 지음 /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340쪽 / 1만8000원
1970년 4월 아폴로 계획에 따라 세 번째로 달에 착륙할 예정이던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 두 개 중 하나가 폭발했다. 달 착륙은 무산됐고 우주비행사 3명의 무사 귀환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 이들이 탄 구명정에는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연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진은 기막힌 해결책을 찾아냈다. 달의 중력을 이용해 그들을 끌어당긴 다음 작은 구명정을 달의 반대편으로 보냈다가 다시 지구를 향해 던지는 슬링샷(slingshot)을 이용한 것. 나사 기술진이 이런 비행경로를 계산한 것은 뉴턴이 힘과 운동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수학으로 표현한 덕분이다. 물리학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이자 교육개혁가인 닐 투록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장은 《우리 안의 우주》에서 이런 사례를 들려주며 물리학의 역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현실을 이해하고 마음 속에 우주를 품는 인간의 능력이 무한대로 뻗어갈 수 있음을 설파한다.
투록은 이를 위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물리학의 역사를 되짚으며 주목할 만한 이론이 어떻게 탄생했고 인간의 삶에 기여했는지 설명한다. 뉴턴의 중력법칙, 전기와 자기 및 빛을 통합한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이론, 세상에 대한 고전적인 관점을 완전히 붕괴시킨 양자역학, 우주에 대한 관점을 고대 그리스인들의 관점과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모든 물리학 법칙을 통합하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M이론, 양자컴퓨터 등 수많은 이론과 학자들의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개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을 예술 영화 문학 등 문화 전반과 연관지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라파엘의 ‘아테네학당’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가장 놀랄 만한 그림 중 하나다. 그림은 대화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의 철학자뿐만 아니라 유클리드, 피타고라스와 같은 수학자, ‘무한’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아낙시만드로스와 같은 과학자 등으로 가득하다. 전통적인 미신과 교조적인 믿음, 높은 권위를 밀어내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봤던 이들의 사상과 이론이 훗날 과학혁명의 씨앗이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과 과학을 통합했다. 그는 해부학과 기하학을 깊이 이해했고 원근법과 그림자 화법을 과학적으로 이용했다. 덕분에 세상을 밑그림으로 표현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던 르네상스 이전과 달리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전자와 광자에 관한 제5차 솔베이 국제 콘퍼런스를 찍은 흑백사진은 현대판 라파엘의 ‘아네테학당’이라 할 만했다. 아인슈타인, 퀴리, 플랑크, 디랙, 슈뢰킹거, 하이젠베르크, 보른 등 물리학 천재들이 대거 한 자리에 모였던 이 회의는 우주를 거대한 기계로 보던 고전적 관점을 버리는 자리였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이론과 ‘불확정성의 원리’ 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명확한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저자는 20세기 전반에 탁월한 유대인 물리학자들이 대거 탄생했던 것처럼 21세기에는 아프리카 출신 물리학자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위해 그는 2003년 아프리카 전체에서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세계 최고 강사진을 구축해 아프리카 수리과학연구소(AIMS)를 설립했다. AIMS는 지난 9년 동안 아프리카 31개국에서 온 450명의 물리학 인재를 배출했다.
저자는 “과학과 인간성을 서로 연결할 때가 왔다”며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이 열어줄 미래를 이렇게 낙관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특권인가. 우리는 진정으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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