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W교육 강제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충고

입력 2013-05-23 17:37   수정 2013-05-23 23:43

‘2013 미래창조과학 국제컨퍼런스’에 기조 강연자로 초청된 유주완 서울버스모바일 대표가 창조경제의 화두로 등장한 소프트웨어(SW) 교육에 일침을 가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관심도 없는 학생에게 SW를 가르치면 공부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하고 싶어하는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붕어빵 식 SW 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충고다.

유 대표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경기고 2학년이던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무료로 버스노선 정보와 도착시간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서울버스’ 앱을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대학생이자 어엿한 회사 대표다. 그는 SW에 대한 흥미가 앞서지 않았다면 자신이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설학원만 양산하는 SW교육으로 가선 안 된다고 그가 강조하는 이유다.

정부가 벌이는 일을 보면 그런 우려도 무리가 아닐 성싶다. 당장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초·중등 학생들에게 SW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조기교육을 하겠다는 얘기다. 미래부는 SW담당국(局)을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넘치는 의욕은 늘 과시적인 수치 목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할당된 몫을 채우느라 바빠진다. 결국 SW에 관심도 없는 학생까지 억지로 교육시키는 반(反)창의적 교육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학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툭하면 SW교육을 당장의 실업자 구제책으로 써먹는 것도 정부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미래부는 2017년까지 40만8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내부적으로 SW부문에서 단기적 일자리 창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는 SW산업이 열악한 3D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다. 흥미를 가진 창의적 소수가 다수를 이끌어가는 게 선진국 SW산업의 공통된 특징이다. 최근 야후가 인수한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의 성공만 해도 “컴퓨터가 그렇게 좋으면 학교를 그만두라”는 엄마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고 할 정도다. 강제로 해선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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