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연금 지급 법으로 보장해야 할까요

입력 2013-05-24 15:22  

"국민불신 해소…다른 연금과 형평 맞춰야"

"국가 부채 늘어나 재정 건전성 악화될 것"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는 고갈시점이 2060년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재원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면서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해 계속 지급연령과 급여율을 낮추고 있다. 실제 40년 동안 가입할 경우 지급되는 급여수준은 현재 평균소득의 47.5%에서 매년 0.5%씩 낮아져 오는 2028년에는 40% 선까지 내려가도록 돼 있다. 온라인상에서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6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정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국가 보장 명문화를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국민연급법 개정을 추진 중인 정치권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개인연금과 달리 국가가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지급보장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 보증을 법제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정부 측 주장도 옳지 않다고 반박한다.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독일 일본 등은 연금지급 보장을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는 국가가 지급보증할 경우 국가 부채로 계상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반박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집단이 다양해 변수추정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정부재정통계편람에도 사회보장 급여를 정부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등 외국에서는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하더라도 국가 부채로 계상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신용도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입장이다.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금을 국가 부채에 편입해 국가 부채가 두 배 늘었지만 3대신용평가회사들이 오히려 국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만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 연금은 법률에서 국가 지급보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국민연금만 빠진 것은 부당하는 것이다.

반대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 부채로 계상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기재부의 연금회계준칙에서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데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증을 명문화하면 국가부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회 신인도가 하락하고 연금제도 개혁에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기재부는 다른 나라도 법에서 국가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연금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우리나라와 외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국민연금 제도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고 국가 지급보장은 기초연금에 한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연기금 부족 시 유동성 보조 조항이 있고 정산 뒤 남는 금액은 반납토록 되어 있는 등 일반적인 국가보장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법률에 국가 지급보장 규정을 넣는 것이 실효성 차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가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지급보장 규정이 있든 없든 국민연금은 지급될 수밖에 없는데 굳이 법에 넣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법에 규정할 경우 국민연금 제도 개편 과정에서 재정건전화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연금제도 개편에 걸림돌로 작용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보였다.


생각하기

국민연금의 국가지급 보장 명문화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양측 모두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혀 이의가 없다는 점이다. 차이는 찬성 쪽은 그 당연한 사실을 법에 넣자는 것이고 반대 측은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으니 넣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급적 줄이고 실질적으로 노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제도 개선에서는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타 연금과의 차별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외국의 사례나 국가부채 증가 우려 등은 국가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명문화가 실익이 없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다만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차제에 좀 더 심층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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