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경쟁 치열한 미국…"돈내고서라도 일하겠다" 인턴자리 경매까지 등장

입력 2013-05-24 17:24   수정 2013-05-24 22:59

커버 스토리 - 인턴 '눈도장' 찍어라


최근 미국의 비영리 모금 사이트 ‘채리티버즈’에서 경매 한 건이 진행됐다. 경매 물건은 다름 아닌 뉴욕 유엔 본부 인턴 자리. “유엔이 하는 국제활동을 직접 볼 수 있는 데다 소중한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경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수십명이 참여해 호가가 2만2000달러(약 2500만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유엔 측은 “이 경매는 유엔이 실시하는 것이 아니며 인턴십도 유엔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채리티버즈는 “유엔과 긴밀하게 일하는 비정부기구(NGO)의 인턴 자리”라며 “의도적으로 혼선을 주려 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역시 인턴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다. 돈을 내고서라도 자녀에게 인턴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부지기수다. 미국은 한국에서보다 인턴 경험이 취업에 더 필수적이다. 한국과 달리 공식적인 채용이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밀레니얼브랜딩이 지난해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채용시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인턴 경험을 꼽아 ‘학점’(48%)보다 비중이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대학생들은 1, 2학년 때부터 다양한 인턴 경험을 통해 최대한 화려하게 이력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은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자연히 ‘월급은 주지 않아도 좋으니 일만 시켜달라’는 인턴십 구직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방학을 이용해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 중 절반 정도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무급 인턴 자리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과거 무급 인턴으로 일했던 일부 대학 졸업생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무급 인턴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고 있기 때문. 2011년 영화 ‘블랙스완’ 제작팀에서 인턴으로 일한 두 명의 학생이 폭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06년부터 미디어회사 허스트에서 일한 300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의 한 명문 경영대학원(MBA) 학생은 “월스트리트의 한 헤지펀드에 일만 시켜주면 무급으로 여름 인턴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사가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법은 기업들이 무급 인턴을 고용하려면 △인턴이 정규직 자리를 대체하면 안 되고 △인턴이 고용주에게 실제적인 경제적 이익을 주면 안 되며 △기업은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인턴에게 교육적 혜택을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 회사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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