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 해외서 올려
출시 1주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 3주 만에 300만건 돌파.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오자마자 ‘사진·비디오’ 카테고리에서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72개국 톱3에 들고, 한국 중국 영국 등 45개국에선 1위 차지. 애플 본사에서 직접 마케팅에 나서고 워싱턴포스트가 눈여겨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선정.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사진 콜라주 앱 ‘몰디브(Moldiv)’ 얘기다.
이 앱을 만든 젤리버스를 찾았다. 전작인 ‘픽스플레이’ ‘HDR FX’ ‘셀카의여신’ 등을 잇달아 히트시켜 이번 돌풍도 예상했을 법한데, 김세중 대표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비자 사이에서 젤리버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여 이런 일이 가능한 것 같다”며 “몰디브의 인기에 힘입어 젤리버스의 다른 앱 매출까지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더 인기
2009년 말 세워진 젤리버스는 지금까지 유·무료 사진 보정 앱 8개를 만들었다. 앱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사진 필터 앱 ‘HDR FX’가 앱스토어에서 세계 최대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을 눌렀고, ‘픽스플레이’는 사진 앱으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다운로드 500만건을 넘기도 했다. 8개 앱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600만건에 달한다.
최신작 몰디브는 여러 장의 사진을 모아 다양한 컷으로 구성할 수 있는 콜라주 앱이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아이돌’의 스타 데빈 벨레즈는 몰디브를 이용해 노래하는 모습 등 4장의 사진을 네 컷 만화처럼 꾸며 트위터에 올렸다. 김 대표는 “전체의 90% 이상이 해외 매출”이라며 “세계 각지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몰디브로 편집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젤리버스 앱이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넥슨과 NHN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참여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용자들은 좋으면 반드시 입소문을 낸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면 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젤리버스의 사진 보정 앱은 고화질의 사진 편집을 지원하고 다양한 필터를 제공해 전문가 사이에도 평가가 좋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무리 기능이 극찬을 받아도 묻히는 앱이 부지기수다. 김 대표는 “그다음부터는 서비스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품질과 서비스가 양 날개처럼 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사용자가 감동하면 마니아가 된다”며 “서비스 초창기부터 블로거와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만 메일을 비롯해 2년간 꾸준히 소식을 전하다 보니 젤리버스 제품이라면 열광하는 ‘앱 전도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덕분에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세계에 고루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나중에는 인도네시아의 사진 커뮤니티 등 오피니언 리더격인 고객과 소통하는 요령도 생겼다”며 “처음에는 마케팅할 돈이 없어 고육지책으로 시작했는데 훨씬 효과적인 홍보가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도 서비스
젤리버스의 월 매출은 수억원에 달한다. ‘모바일 앱은 돈이 안 된다’는 세간의 편견과는 반대다. ‘앱도 서비스’라는 김 대표의 철학이 해답이다. 그는 “앱만 덜렁 출시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모든 서비스는 ‘운영’이 전제돼야 하고, 이는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단발성 아이디어로 만든 앱은 돈이 되더라도 비전을 확보할 수 없어 고객이 결국 외면하게 된다”며 “앱 트렌드가 아무리 빨리 바뀌어도 고객의 근본적 요구를 들어주는 앱은 팔리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올여름 몰디브 앱의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고 카카오 플랫폼에 셀카의여신 앱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코닥에서 사진 출력 서비스에 연동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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