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삼성맨' 버리고 23년만에 한국行

입력 2013-05-28 11:05  

미국 벤처기업가로 돌아온 최영호 엑세스바이오 대표
“1~2년내 한국에 생산공장 및 연구소 설립할 것”
말라리아 진단시장 세계 1위…30일 코스닥 상장 예정



이 기사는 05월07일(15: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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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스물일곱 살 청년이 국내 대기업을 박차고 미국행(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도대체 미국에서 뭘 하려고 안정된 직장을 버리냐”는 것이었다.

청년은 자신만만했다. 그 때만 해도 생소했던 진단시약 분야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진단시약에서 승부를 내려면 의료 강국인 미국행은 필수사항.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은 미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진단시약 한 분야만 파고들었다. 그리고 23년 후 ‘세계 1위 말라리아 진단시약 업체’를 싣고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액세스바이오의 최영호 대표 얘기다. 액세스바이오는 뉴프라이드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미국기업이다.

최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에 대해 “창업은 미국에서 했지만 ‘제2의 창업’은 한국에서 하고 싶었다”며 “1~2년내 한국에 바이오 진단시약 생산 공장과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설립한 액세스바이오는 전 세계 말라리아 진단키트(kit) 시장 점유율 34%의 1위 기업이다. 2008년부터 WHO가 주관한 4번의 말라리아 즉시진단시약(RDT) 성능평가에서 연속으로 최우수 제품군으로 꼽히면서 설립 6년 만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미국 땅에서 한국인이 세운 기업이 기술력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최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일정 매출 수준에 이르기까지 연구비 등 재정지원이 중요한데 미국에서는 마이너리티(소수약자)라서, 한국에서는 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펀딩을 받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믿을 건 기술력과 ‘틈새시장’을 찾는 눈이었다. 최 대표는 미국에 오자마자 진단시약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강제모 박사가 세운 프린스턴 바이오메디텍(PBM)에서 13년을 일하며 진단시약 생산총괄을 맡았다. 그러다 당시 동료였던 정재안 메디센서 대표와 함께 2002년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후 백승재, 김현숙 박사 등 PBM의 핵심 브레인이 합류하면서 기술력을 보강했다.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았던 말라리아 진단시장을 노린 것도 통했다. 최 대표는 “진단분야에 쭉 있다 보니 말라리아 진단에 대한 시장의 니즈(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대기업이 뛰어들만한 시장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게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 벤처창업자를 향해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술만 있으면 창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말라리아 치료제에 의해 촉발되는 G6PD결핍증(적혈구 효소 결핍에 의한 용혈성 빈혈) 진단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G6PD결핍증 진단키트(kit)는 올 하반기 동남아시아 출시를 시작으로 엑세스바이오의 제2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을 환영했다. 그는 “세계 시장과 비교해 한국은 창조적 연구는 뒤쳐지지만 기술을 실현시키는 능력은 많이 쫓아왔다”며 “정부가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원 여건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바이오시장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은 이 분야에서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한국도 헬스케어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수가가 너무 낮아서 첨단기술이 들어오는 데 시차와 한계가 있다”며 “의료민영화나 보험시장의 자율경쟁으로 시장 파이가 커져야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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