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회사와 관련된 법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귀동냥하려 애쓰지만 예전보다 정보에 접근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A그룹의 대관 담당 팀장은 “국회 근처 커피숍이나 호텔 로비에서 정책 보좌관을 만나는 건 옛날 얘기가 됐다”며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보좌관들도 잘 만나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안에 기업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입법 관계자들이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노사관계나 환경, 기업 지배구조 등 민감한 경제 이슈를 다루는 상임위는 대관 직원들이 접근하기가 더욱 어렵다.
B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형님, 동생하는 관계는 이제 사라졌고 서로 사무적으로 대하다 보니 젊은 보좌관들이 면박을 주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며 “스킨십보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설명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털어놨다.
C그룹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별로 특정 사안에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간혹 만나서 얘기하더라도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제한된 정보 탓에 대관 업무는 더욱 어려워졌다. D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은 새로운 규제가 생기면 즉시 대책을 세워야 살아남는데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들엔 ‘상당한’이나 ‘현저한’ 등 모호한 단어가 곳곳에 등장한다”며 “대관 담당자는 물론이고 일선 부서에서도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업무는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뾰족한 대응책은 없다 보니 기업들은 대책회의만 자주 하고 있다. E그룹은 최근 ‘본부 간 임원회의’를 새로 만들어 정례화했다. 재무 전략 경영지원 등 각 본부에 속한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회사 관계자는 “대관 부서가 취합한 정보를 놓고 대응 방안을 토론한다”며 “임원들끼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긴 했지만 난상토론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을 흐렸다.
재계는 대관 업무가 위축되면 기업들이 새로운 정책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칫 대응을 잘못했다간 회사 간판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 산업부 이건호 차장(팀장)·이태명·정인설 기자, 정치부 김재후·이호기·이태훈 기자, 경제부 김주완 기자, 지식사회부 양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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