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사도 괜찮다'는 디마케팅…'입에 발린 말'일땐 진짜로 안산다

입력 2013-05-30 15:30  

경영학 카페

소비자 배려 진정성 담아야…매출 증대·이미지 개선 효과



‘비만 주범 코카콜라, 웰빙 기업으로 변신?’

얼마 전 뉴스 헤드라인이었다. 콜라 회사가 웰빙 기업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궁금해서 기사를 읽어봤다. 코카콜라가 모든 제품 포장에 칼로리와 영양정보를 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12세 미만 아동모델은 광고에 출연시키지 않고, TV 등의 아동용 프로그램에도 제품 광고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한다.

제품의 좋은 점을 잘 부각시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도 모자랄 판에 칼로리를 표시하고, 광고를 그만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류의 마케팅은 코카콜라가 처음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1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 이건 2002년 프랑스 맥도날드가 사용한 광고 문구다. 실제 이 광고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맥도날드 본사까지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프랑스 맥도날드는 어떤 의도로 이런 광고를 내보낸 것일까. 조금만 팔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아니다. 매출을 늘리고 싶었지만,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자 고민 끝에 만들어낸 광고였다. 이 회사가 노린 것은 ‘우리는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와는 달리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1주일에 두세 개씩 햄버거를 먹던 어린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광고가 요구한 대로 정말로 맥도날드 방문 횟수를 줄였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심지어 맥도날드를 즐겨 찾지 않던 사람들까지 매장을 찾게 됐다. 자기 회사에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챙겨주는 모습에 ‘이왕 패스트푸드를 먹을 거라면 다른 곳이 아니라 맥도날드를 찾아주자’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광고가 진행된 한 해 동안 프랑스 맥도날드는 유럽 지사 중 최고의 영업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자기 회사의 제품을 덜 사라고 말하는 것을 ‘디마케팅’이라고 한다. 디(De)마케팅이란 말의 어원은 ‘줄이다’라는 뜻의 decrease에서 ‘de’를 따온 것이다. 이 말은 원래 기업의 수익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고객을 배제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백화점에서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상위 20% 고객에게 집중할 요량으로 하위 80%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을 줄이는 것이라든지,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휴면계좌를 정리해 계좌 관리에 들던 비용을 우량 고객을 위해 사용하는 것 등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방법을 통해 충성도가 높고 영향력이 큰 고객을 한층 더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에 대한 ‘진정성’이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됨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디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소비자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이라면, 회사의 이익보다는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낯설게 느껴지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킨다’와 같이 담배나 술에 써 있는 경고 문구 등이 디마케팅 기법에 해당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함으로써 회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자사의 제품 또는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난다면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디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다. 터놓고 ‘제품에는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니 가능한 한 적게 이용하라’는 식이다. 이처럼 손해가 될 수 있는 말을 대놓고 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아, 저 회사는 어떻게든 돈만 벌겠다고 달려드는 곳은 아니구나. 기왕에 살 거라면 저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분유시장에서 네슬레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분유가 과연 모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질 무렵 이 회사는 앞장서서 모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쳤다. 네슬레는 광고에서 태어난 지 2~3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이라고 권했다. 그 후에 모유를 먹이기 힘든 상황이라면 엄마의 젖과 가장 비슷한 자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솔직함으로 네슬레는 분유업계 선두주자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요즘 디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디마케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말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입에 발린 빈말과 마음이 담겨 있는 진심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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