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베노믹스] 日 국채금리 불안에 닛케이지수 폭락…소비심리도 위축

입력 2013-05-30 17:18   수정 2013-05-31 02:15

주택대출 금리 인상, 가계 부담 커져
엔화가치 상승 반전…100엔대 무너질 수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열음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요란하다. 일본 증시의 바로미터인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1주일 새 10% 이상 밀렸다. 엔화가치마저 상승세로 반전되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과 엔고(高)가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베노믹스의 ‘아킬레스 건’으로 불리는 장기금리 상승세도 여전하다.

다음달 발표되는 성장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것도 불안 요인이다. 법인세 감세 등 핵심 사안들은 논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내세운 ‘세 개의 화살’에 모두 금이 가는 양상이다.

○경고등 켜진 주식시장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일본 증시를 냉각시킨 근본 요인이다. 닛케이225지수는 아베 내각이 들어선 작년 말 이후 60% 가까이 급등했다. 매도 타이밍을 엿보던 투자자들은 채권 시장에서 가장 큰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지난달 초 연 0.3%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오히려 상승세로 돌변, 지난 주말엔 장중 한때 연 1% 선을 뚫기도 했다.

장기금리의 상승세는 아베노믹스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한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심리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상당수 일본 금융회사들은 이번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일본 대형은행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는 것은 2011년 1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돈폭탄’을 터뜨려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던 아베 총리의 구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일본의 재정상황에도 악재다. 국채 이자 및 발행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무역수지(수출-수입)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로 불리는 양적완화와 재정확대가 한꺼번에 궁지에 몰린 셈이다.

○세 번째 화살은 통할까

그동안 엔화가치와 주가는 사이좋게 선순환을 했다. 엔화가치 하락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높아진 주가는 다시 엔저를 유발했다. 최근 들어서는 반대 방향의 순환고리가 형성됐다. 주가 하락이 아베노믹스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면서 엔화가치가 상승세로 반전됐고,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빌미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날도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0.58엔까지 상승했다. 최근 1주일 새 3엔가량 급등했다.

일본 정부가 ‘세 번째 화살’로 준비 중인 성장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계가 원하는 법인세 감세와 해고규정 완화, 농업 및 의료 분야 규제완화 등은 이번 성장전략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전략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주가 폭락에 대해 “그동안 주가 상승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주가는 항상 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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