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기업 갈수록 급감…코스닥 화끈하게 분리를
창업자 정부 의존 자세 버려야
벤처캐피털(VC), 엔젤투자자 그리고 정부의 지원. 박근혜정부가 창업벤처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세 가지다. 1983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57·사진)이 회사를 설립하던 때는 이 세 가지가 전무했다.
그래도 그는 국내 대학생 벤처 1호 기업 창업자로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국내 1호 기업경영자로서 30년간 꿋꿋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벤처 1세대다. 그는 정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이하 5·15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서울 서초동 비트컴퓨터 본사에서 조 회장을 만났다.
◆“창업 활성화 마중물 마련됐다”
그는 이번 대책에 대해 “창업을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구체적으로는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시장) 주도형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조 회장은 “정부가 모든 걸 해주는 대신 벤처 1세대 등 선배들이 나서 ‘창업-투자-회수-재투자’의 과정이 선순환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아줬다”고 설명했다.
창업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30년 전에 없던 소프트웨어 업종 기반을 구축한 것처럼 젊은이들이 지금 창업, 창직을 해야 새로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 조 회장은 “코스닥시장을 화끈하게 분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등을 만드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05년 거래소 이사회 산하로 편입됐다. 이번 대책에 따라 이사회 산하에서 독립적인 위원회로 분리되는데, 아예 2005년 이전처럼 거래소와 딴살림을 차릴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완전히 분리해야
그는 “이사회에서 분리하더라도 거래소 산하에 있으면 영향을 안 받기는 힘들다”며 “코스닥이 거래소 밑에 있는 ‘2부 리그’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상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건수는 2000년 초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급감했다. 2001년 171개였던 게 점차 줄어 지난해 21개까지 떨어졌다.
조 회장은 “코스닥이 독립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상장 요건을 완화해 회수가 더 쉬워져야 젊은이들은 창업하고 시장은 그들에게 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2년 정도 지나면 지금 대책의 성과가 서서히 나올 텐데, 부족한 부분은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말라”
그는 후배들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스펙이 아닌 ‘나만의 스킬(기술)’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1980년대 일본 아사히 계열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제 손에 난 흉터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일본인 지인이 ‘일본에선 일하며 생긴 흉터를 ‘훈장’으로 여긴다’고 귀띔해줬어요. 지금은 훈장이 옅어지는 게 되려 아쉽습니다.”
조 회장 손에는 크고작은 흉터가 25개나 있다. 인하대 재학 시절 밤낮으로 컴퓨터를 수리하고 조립하면서 생긴 흉터다. 한번은 교수와 기술자도 못 고친 방사능 측정기를 수리해 대학에서 ‘달인’으로 인정받으며 개인연구실을 제공받기까지 했다. 이때 컴퓨터에 흥미가 생겨 프로그래밍 책을 구입, 혼자 공부해 국내 최초로 의료보험청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창업했다.
조 회장은 “후배들이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 의존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온실에서 창업자를 대량 배출해야 하는 사회적 구조가 됐다”면서도 “지원책을 적절히 활용하되 저처럼 야생에서 커야 더 강하고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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