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점포 '자산 1조클럽' 속출

입력 2013-06-02 17:15   수정 2013-06-03 03:43

부자들 "연 4~5% 수익 내 달라"…은행PB점포로 자금 몰려



자산이 1조원을 넘는 초대형 은행 프라이빗뱅킹(PB)점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점포 한 곳이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이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 등 기본 상품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연 4~5% 수익을 보고 PB점포로 몰린 데 따른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금융자산 5억원 이상 고객들을 위해 만든 골드클럽 15곳 중 ‘영업1부골드클럽’은 올초 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5월 말 기준 1조1150억원에 이른다. PB점포의 자산은 대부분 고객들에게 판매한 수신 상품이다. 예·적금보다는 펀드, 방카슈랑스, 신탁 상품이 많다. 대기업 여신을 다루는 점포 가운데선 자산이 1조원을 넘는 점포가 종종 나오지만 대출이 없는 점포의 자산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은행의 강남스타PB센터는 지난 4월 자산 규모 1조원을 돌파해 현재 1조200억원을 굴리고 있다. 2011년 11월 자산 8500억원으로 출발한 이 점포는 1년6개월 만에 자산이 20%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2011년 말 오픈한 PWM서울파이낸스센터도 자산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1조클럽’ 점포다. 신한은행의 각 PWM센터는 주변 소규모 점포의 PB고객 자산까지 맡아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포함하면 ‘1조클럽’ 수는 더 늘어난다.

은행 점포 가운데 PB점포에서 초대형 점포가 등장한 것은 저금리로 단순 은행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큰돈을 맡긴 데 따른 것이다. 각 PB점포는 은행은 물론 증권 등 계열사와 함께 내놓은 고수익 상품으로 금리에 민감한 자산가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하나은행 영업1부골드클럽에는 1000여명의 고객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만 50명가량 있다.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는 100억원 이상 자산가 15명, 30억원 이상 자산가 50명 정도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단순히 상품 수익률만 높인 것이 아니다. 자산가들을 위한 특색 있는 서비스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족보 있는 부자’들이 많은 강북 지역에 있는 PB점포들은 고객 자산의 세대 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재유 PWM서울파이낸스센터장은 “자산의 세대 이전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유언장 집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현 영업1부골드클럽센터장은 “장례 지원, 자녀 혼인 지원 등 서비스를 통해 3대째 거래를 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신흥 부자가 많은 강남 지역은 비슷한 부류의 고객들을 모아 테마별로 영업을 한다. 조태석 강남스타PB센터장은 “토지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이 속한 동호회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순 관리나 상담을 넘어 여러 고객의 돈을 모아 사모펀드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운용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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