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무상보육 갈등의 또 다른 분수령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 개정안은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을 20%포인트씩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경우 국고 보조율이 원칙적으로 20%에서 40%로, 지방은 50%에서 70%로 높아진다. 시행 시기는 올해 1월이다.
지자체들은 법안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정부와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는 최근 ‘무상보육 관련 서울시 설명자료’에서 “무상보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상보육비 국고 보조율 상향 조정을 핵심으로 한 영유아보육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자체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 사태는 한풀 꺾이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부담이 커진다. 국고 보조율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연간 1조4000억원가량의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이미 결정난 상황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2차 추경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또 최근 박근혜정부 5년간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담아 지난달 31일 발표한 공약가계부도 수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에 부정적이다.
특히 현재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된 국고 보조율을 아예 법에 못 박는 것은 과도한 행정권 침해라는 반응이다. 당장 지방 재정이 어렵다고 국고 보조율을 법률에 명시해 놓으면 나중에 거꾸로 국가 재정이 어려워질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고 보조율을 법에 명시하면 국회에서 집행과 관리를 다 감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재량의 여지를 없애버릴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국고 보조율 상향 조정 방안에 대해선 일단 중앙 정부 차원의 종합 검토를 거친 뒤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입장은 엇갈린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분위기도 신중론에 가깝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 재정만 생각하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집권여당 입장에선 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큰 틀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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