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직장의 신’ 열린 결말? 모종의 동질감이라 이해”

입력 2013-06-04 08:40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전 미스 김이라는 말이 좋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가 김 씨잖아요. 그 말은 즉, 미스 김은 대다수의 누군가라는 뜻이에요. 익명을 자처하는 인물인 거죠.”

구태여 보태지 않아도 좋다. 김혜수는 여전히 ‘미스 김’ 그 자체였다. 그는 시종일관 우아한 돌직구로 질문을 돌파하며 진지하고 유쾌한 태도로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 대한 견해를 풀어갔다.

드라마 종영이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김혜수는 아직 ‘미스 김’을 벗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중간 중간 ‘미스 김’ 같은 말투로 답변 했고 많은 질문들을 해결해냈다.

“미스 김이 비현실적인 캐릭터 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입해서 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바람’들을 미스 김이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익명들은 사회적인 약자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뭐든 해내는 미스 김이 익명을 자처했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가 말했듯 가공된 인물에게 ‘공감’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124개의 자격증을 가진 완전무결한 미스 김이 어찌 우리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미스 김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과 ‘통쾌함’을 얻었다.

이는 상대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과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고민’은 완벽이 아닌 대다수의 직장인들을 대변하는 ‘직장의 신’으로 귀결 됐다.

보통의 한국 드라마라면 장규직(오지호)이든 무정한(이희준)이든 명확한 러브라인이 형성 되었을 일이다. 하지만 ‘직장의 신’은 달랐다. 모두의 고백을 뒤로하고 떠나간 미스 김은 장규직과 재회는 했지만 명확히 ‘커플’이 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여배우로서 아쉬운 부분이 없느냐고 질문하자 김혜수는 고개를 갸웃 했다.

“아쉬웠나요? 사실 우리 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는 정도의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들끼리의 조합과 화합, 위기, 관계 반응에서 오는 캐릭터의 묘미 정도가 적당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 분들도 간혹 말씀하시지만 드라마에 남자, 여자가 나온다고 꼭 사랑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드라마의 장르에 맞게 그 정도로만 표현하고 성과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죠.”

왜 한국 드라마에는 모든 이야기가 ‘사랑’으로 귀결 되냐며 불평을 일삼으면서도 막상 ‘사랑’ 이야기가 없자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이 사실. 이에 김혜수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며 웃어 보였다.

또한 남자 주인공인 장규직 보다 무정한과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던 팬들의 반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거든요. 나중에 기자 분들에게 듣고 알았어요. (웃음) 사실 주변 반응들을 보면 남자 취향이 갈리기 마련이거든요. 이희준 씨 같은 경우엔 캐릭터 보다 이희준 씨를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의 진중함과 속 깊은 모습을 시청자들도 느끼는 거죠. 그런 걸 ‘무정한’이라는 캐릭터에 대입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사란 핑계로 이희준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장규직은 연하들이, 무정한은 연상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인 김혜수에게 개인적으로는 어떤 타입의 남성상이 이상형이냐고 묻자 “둘 다 싫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남자로서는 오지호 씨나, 이희준 씨 둘 다 괜찮죠. 오지호 씨는 장규직처럼 철없지 않거든요. 성실하고 쾌할하고 남성성이 넘쳐요. 선천적으로 선하고 능동적인 사람이거든요. 또 이희준 씨 같은 경우는 신중하고 의지가 강해요. 이상적인 미덕을 많이 갖춘 사람이에요. 재능도 음성도 좋고. 하지만 캐릭터들이라면 무정한도 싫고 장규직도 싫어요. 사적인 만남을 유지할 생각? 전혀 없죠.(웃음)”

러브라인 없이 맞물린 관계들을 풀어가던 ‘직장의 신’이었지만 마지막 회를 앞두고 몰아친 ‘러브라인’은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시청자들은 “장규직과 미스 김을 이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죠. 저도 장규직과 미스 김을 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무정한 같은 경우엔 미스 김을 동경해왔고, 그런 동경의 대상의 여린 면들과 상처를 보았을 때 충분히 호감이나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규직 같은 경우엔 이어주려는 의도가 없진 않았다고 생각해요”고 수긍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남주와 여주에 대한 가능성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은 아니에요. 동일한 시대에 동일한 상처를 겪었던 두 인물이 결국 다른 세계관을 가지며 시종일관 부딪치고 그것으로 미스 김에게 끌렸던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장규직과 미스 김의 재회에 대해 “멜로라인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을까요? 저는 열린 결말이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희생된 자들의 서로간의 힐링, 서로를 위로해야하는 모종의 동질감이라고 이해했고 그게 좋았어요”라며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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