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돈만 굴린다"…헤지펀드 '패밀리 오피스' 시대

입력 2013-06-06 16:57   수정 2013-06-07 02:55

"강화된 금융규제 피하자"
조지 소로스·칼 아이칸 이어 스티브 코헨도 전환 소문




‘패밀리 오피스’란 원래 상류층 가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개인 회사를 뜻한다. 보통 1억달러 이상을 가진 부호들이 재산 증식, 상속 관리, 자선 활동 등을 위해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한다. 과거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운영되던 패밀리 오피스가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요 참가자로 부상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칼 아이칸,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외부 투자금을 돌려주고 펀드를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의 돈을 굴려주던 헤지펀드들이 스스로 패밀리 오피스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고 있는 규제 때문이다. 미국의 새 금융규제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은 헤지펀드들도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투자 정보를 자세히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의무도 강화됐다. 이는 은밀하면서 빠르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헤지펀드의 강점을 없애 버린 것이다. 그러자 굳이 외부 투자금이 필요없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언이 운영하는 SAC캐피털도 패밀리 오피스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으로부터 내부자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SAC에서 빠르게 돈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언이 연방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를 받는 조건으로 아예 외부 투자금을 모두 돌려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SAC는 이 같은 소문을 부인하고 있다.

CNBC는 패밀리 오피스로의 전환은 사실 1990년대 초반의 헤지펀드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분석했다. 당시 헤지펀드들은 부자들의 돈을 투자받아 과감하게 베팅하면서도 여론의 주목이나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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