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급물살] 韓·美·中 공조에 두손 든 北…한반도 6년 만에 '대화의 문'

입력 2013-06-06 17:16   수정 2013-06-07 02:08

'포괄회담' 왜 제의했나

미중·한중 정상회담 앞두고 고립 피하기
경제난 타개위해 달러 필요…대결국면 부담




북한이 6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대화를 전격 제의한 배경에는 핵실험 이후 우방인 중국마저 핵포기 압박 강도를 높이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국제 정세가 있다.

북한은 지난달 22~24일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부터 지속적인 유화 제스처를 취해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 국장은 시 주석과 만나 “조선(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 등으로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바꾸고 싶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다.

이번 대화 제의는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첫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 나왔다. 북한이 전격적인 남북 대화 제의로 중국 측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회담을 이끌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의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는 최 특사의 방중 이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행 조치로 평가된다”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데 주도권을 쥐면서 중국 측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까지 마무리되면 한·미·중 3국 간 공조 틀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북한의 경제난 타개를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은 올해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의 자율권 확대를 비롯한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추진해왔다. 또 원산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독려하고 지난달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는 등 경제특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조하지 않으면 이 같은 경제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북한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경제특구로 꼽히는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것은 다른 경제특구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올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경제특구도 개발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많은 만큼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부 결속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 무드를 조성했던 김정은이 집권 1년여가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1년5개월간 10차례에 걸쳐 권력의 핵심인 군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물러난 전직들을 다른 직책에 재기용하는 ‘회전문 인사’에다 승진→계급 강등→재승진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인사’가 특징이다.

이호기/정성택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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