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공무원과 경쟁? 식은죽 먹기죠

입력 2013-06-09 17:35   수정 2013-06-09 21:36

유근석 증권부장 ygs@hankyung.com


코스피가 2000에서 며칠 놀아 보지도 못하고 1900대로 다시 미끄러져 절절매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은 오를 때는 찔끔, 떨어질 때는 크게 밀리는 ‘지진아’냐는 탄식이 쏟아진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 부실한지, 글로벌 ‘전(錢)의 전쟁’에 대응하는 정책에 문제가 있는지,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논란거리다.

증권업계엔 이미 경보음이 울렸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62개 증권사 가운데 4분의 1가량인 15곳이 순손실을 내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순이익도 1조2408억원으로 전년보다 43.9%, 9718억원 줄었다. 작년에만 1503명의 증권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언급한 주가 3000은 멀기 만한 목표다.

비상등 켜진 증권업계

그래도 62개 증권사는 그만그만한 시장을 놓고 소모전이 한창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로 이어지는 재계 서열을 찾아볼 수 없다. 62개 증권사 중 10위권에 들어 있는 10대 그룹 계열사는 삼성증권 정도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도 ‘자본시장의 꽃’ 증시에선 맥을 못춘다. 시장을 잘게 쪼개 놓고 분할 통치하는 ‘관치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이 와중에 선전하고 있는 몇몇 증권사는 연구대상이다. 참치 전문기업 동원산업이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해 동원증권으로 출발한 한국투자증권은 거대 은행과 대기업 계열 틈바구니에서 자산기준 3위에 올라 있다. 전년에 이어 작년에도 순이익 1901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유상호 사장은 지난 5일 주주총회에서 일곱 번째 연임됐다. 임기는 딱 1년이며 주총 때마다 신임을 받아야 한다. 유 사장은 “극한의 긴장과 끝없는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신영증권은 1971년 원국희 회장이 인수해 큰아들 원종석 사장으로 대를 이어 경영하며 42년째 흑자를 기록했다. 오랜 고객들과 신뢰를 유지하고, 중견 증권사로서 잘할 수 있는 상품에만 손을 댄다.

증권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한 지인(知人)에게서 들은 말이 생생하다. “절반쯤은 공무원 같은 사람들이 경영하는 시장으로 가는군요….”

후진 금융 책임 누가 지나
금감원 자료를 보니 주인 없는 ‘공기업’ 같은 증권사들이 수두룩했다. 자산 규모 1위인 대우증권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가 KDB대우증권으로 바뀌었다. KDB 간판을 단 대우증권이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職)을 걸고 민영화하겠다는 우리금융 계열 우리투자금융이 매물로 나와도 팔릴지는 미지수다.

관료 출신들은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금융 공기업’ 곳곳에서 즐거운 노래를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금융지주사 회장에 올랐던 ‘4대 천왕’들은 굴뚝 기업들이 금융위기를 딛고 글로벌 기업 대열에 진입할 때 뭘 했을까.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빌붙어 현지 지점을 차리고 금융회사를 묶어 덩치만 키우는 게 금융선진화라고 할 수는 없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 받는 곳들도 틈만 나면 현실에 안주하고 전례를 답습하며 창의적 발상과 변화를 싫어하는 ‘관료화’ 분위기를 경계한다. 극한의 긴장과 헝그리 정신이야말로 살아남은 유일한 밑천이기 때문이다. 염치 불구하고 금융 공기업을 기웃거리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또 늘고 있다. 민간 경영자들 사이에서 “공무원 출신과 경쟁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말들이 들려온다.

유근석 증권부장 y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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