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패소비용 충당금이 1조가 넘는다니

입력 2013-06-11 17:01   수정 2013-06-12 00:15

정부가 피고인 법정 소송 가액이 10조원이 넘고 패소가 우려돼 정부가 충당금으로 쌓은 돈만도 1조279억원이나 된다는 보도다. 특히 국세청과 관세청의 비중이 이 금액의 63.8%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세무당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한답시고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공정거래위 등이 기업들에 과징금 등을 무리하게 늘린 부작용일 것이다. 앞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세수증대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한 마찰과 소송사태가 터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정부를 피고로 하는 각종 소송에서 정부 패소율이 높아진다는 것부터가 충격이다. 세금 과징금은 더욱 그렇다.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관련된 불복제도가 충분히 마련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랄 지경이다. 최근에는 불복심사 청구 건수가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고 불복 청구된 사안의 무려 25%가 정부의 오류나 행정절차 과오 등 정부 측 귀책인 것으로 밝혀진다는 상황이다. 이렇게 해서 납세자에게 되돌려준 이른바 부실과세 규모만도 매년 1조원을 넘는다. 법정 소송까지 가는 것은 납세자들이 제기한 불복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정부 패소가 늘어난다고 하니 납세의 공정성과 신중성을 강조하는 행정관청도 그렇고 조세심판원 등도 면면이 볼썽사납다.

또 정부 소송은 법정 조정이나 합의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3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피고 측 공무원들이 국민 세금인 소송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인사불이익이나 체면만 고려해 소송을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장기화되면 소송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되고 패소하면 국가 재정을 축내고 결국 국민 세금 부담만 다시 늘리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한답시고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벌과금 등을 지금보다 몇 배씩 늘리는 중이다. 거의 모든 기업활동을 범죄화하고 벌금을 물리는 등의 행정을 편다면 결국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다. 정부 행정을 건건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만드는 과잉행정은 민간의 손실도 그렇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만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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