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잘난 여자, 어리숙한 남자

입력 2013-06-11 17:24   수정 2013-06-12 00:26

전통적 남녀 성역할 점점 사라지고 여성들 약진으로 사회는 유연해져

강성욱 <GE코리아 대표 Chris.Khang@ge.com>



바야흐로 여성시대다. 여성들이 대학입시, 사법고시 등 각종 시험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스포츠 무대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마침내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 반열에 올랐으니 알파걸, 슈퍼우먼 같은 단어 자체가 철 지난 유행어로 느껴진다.

이런 불가피한 추세 속에서 남자들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그 한편으로 흥미로운 현상도 등장했다. ‘어리숙한 남자’가 무시당하기보다 오히려 인기를 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영화나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이런 시대적 패러독스는 기업경영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잘난 여자와 어리숙한 남자의 대비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한국 사회가 이제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탈피해 다양성을 수용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기업문화라면 성에 따른 명확한 역할 구분은 물론 성격까지 정형화돼 있었던 게 사실이고, 그 중간 성격의 역할은 부각되지 않거나 특이한 것으로까지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사고는 구시대 산물이 됐다. 사회가 선진화할수록 특정 분야의 우수성보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줄 아는 유연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경영 측면에서도 이러한 다양성은 단순한 업무능력을 떠나 다양성을 높임으로써 더 나은 생산성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인재 활용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미 입증한 바이기도 하다.

특히, 필자는 기업 경영자로서 이러한 다양성에 기여하는 주요 주체인 ‘잘난 여성’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여성의 섬세한 리더십과 소통능력은 오늘날 경영 환경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의 생산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해줄 구원투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여성들의 역할이 제한돼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통념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점차 변해가는 고정관념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를 통해 이를 점차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재’의 공백을 채우고 ‘어리숙한 남자’를 감싸줄 수 있는 ‘잘난 여성’들의 활약이 계속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강성욱 GE코리아 대표 Chris.Khang@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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