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빈부문제 등 토론하는 한국…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

입력 2013-06-12 17:15   수정 2013-06-13 00:43

세계전략포럼 참석차 방한


“정치인과 학계·재계 인사 등 명사들이 참석한 어제 만찬에서였어요. 서빙을 하던 웨이터가 다가와서는 제 책을 읽었다며 좋은 책을 써줘 고맙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도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평범한 많은 분들이 철학 책을 읽고 반응을 일으키는 한국 사회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세계전략포럼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1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정의, 공정성, 시장의 역할 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토론하는 건강한 사회”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공통으로 겪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이에 대해 실제로 의미 있는 토론을 벌이는 나라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올 때마다 경제민주화 등 한국 사회의 이슈를 배우고 있다”며 “빈부격차나 청년실업이 세계 공통의 이슈인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는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간 눈부시게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대기업 역할이 워낙 크고 중요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이제 성장 이후의 정의·공정성과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샌델 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컨설팅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당신이 사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여론을 봤더니 미국인은 미국 사회가 공정하다고 답한 반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불공정하다고 했다는 것. 그는 “이 결과는 미국 사회가 공정하고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불공정성에 대해 토론할 자세가 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런 공적인 토론은 때로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시민들과 사회 이슈와 윤리 문제를 논의하는 프로젝트를 맷 데이먼 등 배우들과 함께 진행하고,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인들과 함께 토론할 예정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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