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기업활동 침해" 노동계 "고용의제 존중"
6년 전에 폐지된 ‘구(舊) 파견법 제6조 3항’(고용의제 조항)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13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법리공방을 벌였다. ‘고용의제’는 기업이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2년이 넘는 순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 2006년 12월 폐지된 조항이다. 사문화된 조항이지만 이를 근거로 10여개 기업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그동안 잇따라 소송을 내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큰 싸움’으로 번졌다.
헌재가 고용의제 조항을 합헌으로 결론 내리면 기업들은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위헌 결론을 내리면 ‘사내 하도급=불법파견’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
○옛 파견법, 위헌이냐 합헌이냐
헌재는 이날 현대자동차가 2010년과 2011년 ‘옛 파견법 제6조 3항은 위헌’이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에는 현대차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결·지향·시민 소속 변호사들이 맞붙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각각 현대차와 사내하도급 근로자 입장을 대변하는 참고인으로 나섰다.
이번 변론의 핵심은 ‘고용의제’ 조항의 위헌 여부다. 현대차와 화우는 이 조항이 ‘헌법이 정한 계약체결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쉽게 풀어보면 이런 얘기다. 옛 파견법은 A기업이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은 뒤 2년간 일을 시켰을 때, 2년이 지나면 파견업체 직원이 아닌 A기업 정직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즉 현대차가 해당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는데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직원으로 고용계약을 맺은 게 된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옛 파견법에 대해선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법대 교수) 등 많은 법학자들도 위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정부도 위헌시비를 우려해 2006년 12월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현대차와 파견근로자 간에는 어떤 계약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계약이 존재한 것처럼 강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사용주(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근로는 직접고용에 비해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이 과도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합헌 땐 현대·기아차 부담 ‘1조원 이상’
헌재는 이번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결정을 8월 이후 내릴 예정이다. 헌재가 합헌 결정(고용의제 조항이 문제없다)을 내리면 현대차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현대차가 헌법소원을 낸 최병승 씨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최씨는 2002년 3월부터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로 일하다 2005년 2월 불법파업을 벌여 해당 하청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최씨는 그러나 “현대차에서 2년 넘게 하도급 업무가 아닌 불법파견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에 따라 현대차 직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작년 2월 불법파견이 맞다고 판결 내렸다.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최씨는 2년의 파견기간이 지난 2004년 3월 이후 현대차 정직원이 된다. 이 경우 현대차는 최씨에게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정직원들에게 준 급여·상여금 등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 13억원가량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문제는 최씨처럼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현대·기아차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씨와 똑같은 조건이라고 가정하면 합헌 결정으로 현대·기아차가 당장 부담해야 할 인건비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GM과 남해화학, 한국철도공사 등도 현대차와 비슷한 소송에 걸려 있는 상태다.
이태명/양병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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