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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은 지 꼭 20년 되던 지난 7일. 외국계 기관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쏟아냈다. 휴대폰에 쏠려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지적과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4의 판매 부진 우려 등이 주를 이뤘다.
JP모건은 "갤럭시S4의 판매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올해 예상치를 8000만대에서 6000만대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조정했다.
당초 갤럭시S4가 1억대 이상 팔릴 수 있다고 전망했던 말레이시아 CIMB증권도 이날 예상치를 6500만대로 내려잡았다.
이같은 보고서가 도화선이 돼 삼성전자 주가는 엿새째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20조원 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시세조작 가능성이 있는 지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 "1등이라는 자만심과 힘겹게 싸워야 할 때"
이날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을 맞아 삼성 임직원 38만명에게 "1등이라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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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삼성전자 제품은 20여 개다. 점유율면에서는 휴대폰, 스마트카드, 모바일 CMOS 이미지센서 등이 1위에 올랐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TV, 모니터, 낸드플래시, 모바일AP 등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20년 전 매장 한쪽에서 먼지에 쌓인 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TV와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불태워버린 15만대의 휴대폰이 밑거름이 됐다. 패스트 팔로워(1등을 뒤쫓는 2등)로 불리던 삼성은 이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위기를 강조한다. 지난 4월 석달 간의 장기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위기를 말했다. 그는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사물, 인간은 항상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하고 더 열심히 뛰며 사물을 깊게,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의 평가 역시 냉정하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삼성의 성공 스토리는 대부분 시장에 기존에 있던 제품을 개선시키는 빼어난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조 기술에서의 역량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혁신가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전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것이 삼성에 주어진 과제였다면 이제는 '이노베이터'(혁신가)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 기술 역량 위에 소프트웨어 융합 통한 '혁신' 이뤄야
최근 1~2년 간 힘이 빠지긴 했지만 애플이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불려온 건 '아이폰'이라는 뛰어난 기기 때문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이 기기를 가장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정된 소프트웨어(iOS)와 서비스(앱스토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벌써 20년 전 "자동차를 파는 회사는 단지 차만 파는 게 아니고 도로를 만들어주면서 차를 판다는 발상을 가져야 한다"며 "배를 팔아야 할 때도 항구와 그에 맞는 도로, 차량, 선적 장치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그 제품에 얹혀질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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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R5에서 삼성 휴대폰 제2의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창조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5에는 최근 비중이 늘고 있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인력들도 일부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MSC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바일 기기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바일 메신저 '챗온', 게임·책·음악 등을 서비스하는 장터 '삼성 허브' 가 모두 MSC 작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R5를 통해 기술 혁신만이 아닌 소프트웨어 강화를 통한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폰과 함께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TV와 생활가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소비자가전(CE)을 책임지는 윤부근 사장은 2015년까지 글로벌 가전 1위에 올라서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파격 시도를 했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세계적을 인정받는 5명의 요리사들을 만났다. 미슐랭가이드의 3스타 레스토랑 요리사인 미셸 트로와그로, 파리 명문요리학교 페랑디의 에릭 트로숑 교수 등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오븐과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주방가전 제품을 만들 때 이들과 개발 단계부터 협업하기로 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 기술에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을 통한 소프트 경쟁력을 제품에 담을 것"이라며 "주방가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SNS로 경험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키아, 소니 등의 사례에서 볼수 있 듯 전자업종은 한 순 간에 휘청거릴 수 있다"며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진정한 혁신을 이루려면 국내외 다양한 인력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비자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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