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인체에서 추출한 물질로 특허를 받은 첫 사례는 1906년의 아드레날린 개발이다. 미국 특허청은 뉴저지연구소 연구원 다카미네 조키치(高峰讓吉)가 인체 부신피질 호르몬에서 아드레날린 결정체를 추출한 것에 대해 특허권을 내줬다. 아드레날린을 생물학적 산물이 아닌 화학물질로 간주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산물’인 신체에서 나온 물질을 특허화하고 사유화한다는 것은 인간 모독이라는 반발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미국 대법원과 특허청은 아드레날린 이후 생명체 특허를 계속 불허해 왔다.
생명체에 특허를 허용한 첫 판결은 1980년 미 대법원의 차크라바티 사건이다. GE의 미생물학자 차크라바티는 여러 박테리아들을 재조합해 석유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제조했다. 특허청은 물론 자연의 산물임을 내세워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대법원은 이 박테리아가 과학자에 의해 창조된 인공물임을 인정했다.
1990년 이후 인간 유전자 기술이 발전하고 생명공학이 전성기를 이뤘지만 정작 관련특허에 대한 미국 특허청과 법원의 입장은 완고했다. 특허청은 인간 유전자는 자연의 산물이어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특허 봉쇄가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술 진보를 막는다는 주장을 펴 왔다.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특허청은 드디어 2001년 인간유전자 특허를 정당화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추출하고 합성한 특정 유전자는 자연상태가 아닌 분리·정제돼 있기 때문에 특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인간 유전자 특허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현재 발견된 인간 유전자 중 40%가 특허로 등록돼 있다. 이들 특허는 주로 과학자나 생명공학 기업들이 갖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어제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미리어드사 소유 돌연변이 유전자 2개(BRCA 1, 2)의 특허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전자에 대해선 특허가 인정된다고 했다. 미국 특허청이 유전자 특허를 인정한 후 13년 만에 내려진 공식 판결이다.
미리어드사는 1991년 유타대 과학자들의 주도로 설립된 회사로 미국 국립보건원, 캐나다 맥길대와 함께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유방암 진단 키트를 만들어 독점권을 행사해 왔다. 이번 판결은 유전자 특허를 인정해온 미국과 일본 한국의 특허정책 및 바이오업계 제약회사 연구기관 등의 전략에 영향을 줄 것 같다. 바이오 특허는 앞으로도 논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자칫 신학 논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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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서 추출한 물질로 특허를 받은 첫 사례는 1906년의 아드레날린 개발이다. 미국 특허청은 뉴저지연구소 연구원 다카미네 조키치(高峰讓吉)가 인체 부신피질 호르몬에서 아드레날린 결정체를 추출한 것에 대해 특허권을 내줬다. 아드레날린을 생물학적 산물이 아닌 화학물질로 간주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산물’인 신체에서 나온 물질을 특허화하고 사유화한다는 것은 인간 모독이라는 반발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미국 대법원과 특허청은 아드레날린 이후 생명체 특허를 계속 불허해 왔다. 생명체에 특허를 허용한 첫 판결은 1980년 미 대법원의 차크라바티 사건이다. GE의 미생물학자 차크라바티는 여러 박테리아들을 재조합해 석유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제조했다. 특허청은 물론 자연의 산물임을 내세워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대법원은 이 박테리아가 과학자에 의해 창조된 인공물임을 인정했다.
1990년 이후 인간 유전자 기술이 발전하고 생명공학이 전성기를 이뤘지만 정작 관련특허에 대한 미국 특허청과 법원의 입장은 완고했다. 특허청은 인간 유전자는 자연의 산물이어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특허 봉쇄가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술 진보를 막는다는 주장을 펴 왔다.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특허청은 드디어 2001년 인간유전자 특허를 정당화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추출하고 합성한 특정 유전자는 자연상태가 아닌 분리·정제돼 있기 때문에 특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인간 유전자 특허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현재 발견된 인간 유전자 중 40%가 특허로 등록돼 있다. 이들 특허는 주로 과학자나 생명공학 기업들이 갖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어제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미리어드사 소유 돌연변이 유전자 2개(BRCA 1, 2)의 특허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전자에 대해선 특허가 인정된다고 했다. 미국 특허청이 유전자 특허를 인정한 후 13년 만에 내려진 공식 판결이다.
미리어드사는 1991년 유타대 과학자들의 주도로 설립된 회사로 미국 국립보건원, 캐나다 맥길대와 함께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유방암 진단 키트를 만들어 독점권을 행사해 왔다. 이번 판결은 유전자 특허를 인정해온 미국과 일본 한국의 특허정책 및 바이오업계 제약회사 연구기관 등의 전략에 영향을 줄 것 같다. 바이오 특허는 앞으로도 논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자칫 신학 논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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