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10년 전 그날, 전북 익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6월15일 오후 방송 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3년 최초 방송됐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40대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실을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40대 택시기사가 숨진채 발견됐다. 어깨와 가슴 등에 무려 12군데를 찔려 참혹한 상태였다. 당시 동네 다방에서 배달 일을 하던 최 군(15)은 경찰에게 “택시가 서 있고 한두명이 뛰어가는 걸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 군의 진술을 통해 범인의 몽타주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3일 뒤 사건은 놀라운 반전을 맞았다. 최초 목격자였던 최 군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것. 경찰에 따르면 최 군은 “택시기사가 ‘너는 왜 애미 애비도 없냐’고 욕을 하자 화가 치밀어 갖고 있던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최 군의 자백 이외에는 살인사건을 증명할만한 그 어떤 물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최 군의 소지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물론 택시 안에서도 최 군의 지문은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 군은 경찰의 발표와 달리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협박과 폭력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 아니라고 해도 강압적으로 몰아붙였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 결국 허위 자백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 뚜렷한 물적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구속된 최 군은 2심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 10년 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 수감됐다.
그런데 3년이 지난 후 군산경찰서가 이 사건의 진짜 범인으로 김 모씨를 새롭게 검거했다. 김 씨의 진술은 줄곧 진술이 바뀌던 최 군과는 다르게 일관되고 생생했다. 세상은 하나의 사건에 두 명의 범인이 나타난 이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지만 3년이 지난 사건의 증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숙사가 길어지면서 관심은 사그라졌고, 경찰은 “자신의 진술은 허위였다”는 김 씨의 말 한 마디에 소리소문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과연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제작진은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과 논란을 혈흔 실험 등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최 군을 범인으로 만든 자백, 즉 진술조서에 나타난 의문점을 파헤치고 당시 택시 운행상황을 보여주는 타코미터 기록에 대한 감정을 통해 최 군이 물리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자 한 것.
출소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최 군과 그의 가족은 재심청구를 준비중이지만 ‘신규성’과 ‘명백성’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최 군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6월15일 오후 11시15분 방송.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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