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공동대표 "최근 약세는 시작 불과…여름 더 큰 조정장 올 것"

입력 2013-06-16 18:08   수정 2013-06-17 03:59

마켓리더에게 듣는다

2013년 초 6월 조정장 정확히 예측…한국 증시의 '닥터 둠' 떠올라
하락 대비 리스크 관리 나서야…고배당·재무 탄탄한 기업 주목



‘삼성전자 쇼크’로 증시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인 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공동대표(51·사진)의 증시 비관론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6월 조정장’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지난 1월 말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지만 실제 펀더멘털(내재가치)은 그렇지 않다”며 “유동성 효과가 끝나면서 6월 큰 폭의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대표의 증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그는 16일 “이번 위기는 애피타이저(전체요리)에 불과하다”며 “메인 요리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더 큰 조정기는 올여름에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여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부풀어 있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푹 꺼지면서 올여름 큰 조정장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주요국 부채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동성과 펀더멘털 간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증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연초에도 “유동성을 걷어내면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유동성 효과가 떨어지면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장을 대비한 덕택에 KDB산은자산운용은 차별화된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설정액 10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54%로 저조했지만 KDB산은운용은 0.7%로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전 대표는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을 65% 선까지 낮추는 등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도 4.23%에 불과하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한 향후 전망보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을 더 빼가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금은 수급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때 외국인이 가장 먼저 이머징마켓에서 현금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수익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불확실한 투자 환경에서는 배당성향이 높고,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B산은운용은 주로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내수주와 통신주 등을 사들였다. 지난 3월 말 포트폴리오에는 현대모비스 NHN 현대차 SK하이닉스 한국가스공사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을 담고 있었다.

전 대표는 한국 증시 변동성이 글로벌 증시보다 낮아진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아시아 증시가 하루 새 2~3% 빠졌지만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축소는 간접적인 요소일 뿐”이라며 “한국 증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국경제가 더 큰 걱정거리”라고 지목했다.

당분간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가 더 유리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전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주식시장도 오르고, 채권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가격도 올라갔지만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며 “향후 2~3개월은 싼 가격에 채권을 매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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