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줄었는데 정부 빚 '사상최대'

입력 2013-06-17 17:04   수정 2013-06-18 02:03

1분기 10년 만에 첫 감소…경기침체로 허리띠 졸라 매
정부부채는 514조 …공기업 더하면 900조 넘어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빚이 전분기 대비 10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가계와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허리 띠를 졸라 맨 데 따른 것이다. 가처분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1분기 가계 잉여자금이 30조원을 웃돌았다. 반면 일반정부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었다. 일반정부에다 공기업을 더한 공공부문 부채도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3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115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7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는 소규모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를 포함하며 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종교단체 등을 일컫는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2002년 말 533조8000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0년 말 1016조6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88조9000억원, 89조4000억원씩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증가 규모가 52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올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3년 한은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가 4·1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주택 구입을 미룬 데다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자금순환표 이전에 발표된 1분기 가계신용도 카드 할부 구매가 급감하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2분기에는 정부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주택대출이 늘어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상황도 ‘불황형 흑자’ 모습을 보였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는 3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20조4000억원)보다 9조7000억원 급증했다. 정유성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처분 소득은 증가했지만 쓰지 않고 저축하는 가계가 늘어 자금 잉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는 긴축 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정부 빚은 급증했다. 1분기 일반정부 부채는 51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2000억원 급증했다. 일반정부는 중앙과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한 것이다. 2003년 통계를 낸 이후 분기 최대 증가폭이었다. 1분기 재정 조기 집행 지원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1분기 자금 부족액은 22조9000억원으로 2003년 이후 분기 최대였다.

일반정부 부채에다 사실상 정부 부채로 잡히는 공기업 부채(주식 출자 및 직접투자 제외)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문의 총 부채는 915조6000억원에 달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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