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공청회] 워크아웃 기업 대출에도 담보 요구하는 이상한 금융지주사법

입력 2013-06-17 17:09   수정 2013-06-17 21:25

쌍용건설·오리엔탈정공 등 구조조정 과정 '걸림돌'
금융위 "공정위 판단이 중요" … 공정위는 답변 회피



부산의 중견 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 재무 담당자들은 최근 신규 자금을 받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33.9%로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오리엔탈정공에 “자회사로 편입신고를 하겠다”고 알린 상태다.

박세철 오리엔탈정공 부사장은 “자회사로 편입되면 산업은행에서 새로 자금을 받을 때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담보를 줄 만한 게 있었으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다 대출을 받아서 쓰지 않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은행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부동산이나 선박 등이 있어야 하는데 더 이상 내줄 게 없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2016년 12월이 돼야 워크아웃이 끝날 텐데, 그때까지 신규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해법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담보대출?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신용공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법 규정이 쌍용건설과 오리엔탈정공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16조와 18조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50%(상장회사는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는 자회사로 편입돼야 한다. 쌍용건설과 오리엔탈정공은 둘 다 상장회사여서 30% 이상 규정에 걸린다.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자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이 문제다. 현행법은 자회사에 새로 신용을 공여할 때는 신용공여 금액의 100~130%를 담보로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기존에 신용대출을 해준 것이 많으면 자회사로 편입된 날로부터 2년 안에 적정 담보를 취득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오리엔탈정공의 경우에서 보듯이 워크아웃 기업들은 사실상 담보대출을 받을 능력이 없다.

산업은행은 오리엔탈정공에 대해 자회사 편입신고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조만간 2차 출자전환이 예정된 쌍용건설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단의 양해를 얻어 29.9%만 출자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형평성 문제…갈등 소지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금융위기 후 건설·조선·해운 등의 업종에서 계속 워크아웃·자율협약 기업이 나오고 있어 대규모 출자전환이 당분간 이어지기 때문에 채권단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으로서는 채권 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냐 아니냐에 따라 출자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워크아웃 중인 조선회사 신아SB의 경우 최대주주가 무역보험공사다. 무역보험공사는 금융지주사가 아니기 때문에 65.47%까지 출자전환을 해 줬다. 또 다른 조선회사인 성동조선해양도 수출입은행 등에서 조만간 출자전환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 부처에서는 아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하기가 애매한 사례”라며 “문제점이 지적된 부분에 일리가 있지만, 일단 현재 법을 지켜야 하는 만큼 자회사 편입신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회사가 아니라고 해석을 해주면 배제할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만 할 뿐 정확한 유권해석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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