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변호사] 바른, 사건의 맥 짚는 재조출신이 파트너의 74%

입력 2013-06-19 15:30   수정 2013-07-01 17:30

창조 변호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성 변호사들이 부담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해 머리 싸매



의뢰인들이 판·검사 등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이유가 뭘까. 비싸더라도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특진을 받으려는 환자의 심정과 같지 않을까.

법무법인 바른에는 판·검사 출신이 많다. 전체 파트너변호사 69명 중 51명(74%)이 전관 출신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바른 사무실에선 “검사장님” 또는 “(지법)원장님”이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았다. 지난해 김재호 변호사가 대표가 된 뒤로 “의뢰인들에게 결례이니 변호사라는 꼭 호칭을 쓰자”고 해서 그나마 법원·검찰 냄새가 조금은 지워졌다고 한다. 바른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전관 위주 로펌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김 대표는 “바른 변호사들이 쓴 자문의견서는 간결하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을 잔뜩 써놓기보다는 실제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의견서를 낸다는 얘기다. 40~50페이지나 되는 의견서를 해석하느라 의뢰인 회사 직원들이 머리를 싸맬 일은 없다는 것. 수임료 계산도 일한 시간으로 비용을 따지는 ‘타임 차지(time charge)’가 적어 의견서를 길게 쓸 이유도 없다. 대신 바른 변호사들은 다년간의 재조 경험을 통해 사건의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사건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환자에게 “오늘 밤에는 배가 좀 아플겁니다”라고 얘기해주면 실제 아프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처럼 의뢰인이 원하는 것은 변호사의 사건장악 능력인 것이다.

바른 변호사들의 실력은 높은 승률로 입증됐다. 2010년 상반기 대법원이 심리한 민사, 행정, 특허, 형사사건 1978건을 분석한 결과 수임 건수는 1위, 승률은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대법원이 사건의 최종결론을 내리는 곳인 만큼 대법원 판결 성적은 로펌의 실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수백명의 변호사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의 요즘 고민은 뭘까. 여성 변호사들이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갈수록 로펌에서 여성 변호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가지만 육아 등의 문제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사내 변호사로의 이동이다. 일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바른 출신은 지원만 하면 합격”이라는 게 김 대표의 말 못할 고민이다. 삼성계열사로 가장 많이 스카우트됐고, 포스코나 금융감독원으로도 갔다. 바른은 탄력근무제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야근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여성 변호사들을 위해 근무시간을 줄여주거나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식이다. 탄력근무제가 보편화된 외국로펌의 실태조사도 이미 해 놓았다.

바른은 로스쿨 출신을 많이 뽑는 로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입변호사 채용에서는 공평한 기회 부여를 통해 역량 있는 인재선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바른 관계자는 “지원자에 대해 별도의 자체 필기시험과 토론시험을 치러 인재를 뽑고 있다”며 “성적과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여타 로펌과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진짜 실력 있는 인재가 학벌이나 인맥을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경영철학이다. 로스쿨제도 시행 이후 변호사 채용에서 특정대학 비율이 과거 사법시험 시절보다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바른은 로스쿨 1기생부터 올 초 입사한 2기까지 실력 중심의 자체 선발전형을 통해 지방대 로스쿨생을 선발해 오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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