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현우 “극중 여배우 없어도 따뜻했다”

입력 2013-06-19 15:43   수정 2013-06-19 22:20


[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항상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저를 두고 ‘혜성 같이 등장한 신인’이라고 해요. 물론 ‘언제까지 이런 기사가 날까’ 싶긴 하지만 섭섭하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 말은 곧 매 작품마다 저를 봐주시고 새롭게 발견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이토록 진지한 소년이었을 줄이야. 뭇 누나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이 소년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앳된 외모만으로 그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배우 이현우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북한 최연소 남파요원 ‘리해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6월11일 한경닷컴w스타뉴스와 만난 이현우는 막연히 ‘어린 소년’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어 놓았다. 아역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린 연기적 철학과 여유는 보통의 ‘배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으니까.

◆ 은밀하게, 위대하게

가히 기하급수적인 숫자다. 개봉 12일 여 만에 500만을 달성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치솟는 스코어만큼이나 단단한 팬 층을 자랑하고 있다. 순식간에 500만을 달성한 소감을 묻자 이현우는 “정말 좋고, 행복하고, 감사하죠”하고 운을 뗐다.

“사실 신기하고 얼떨떨하기도 해요. 스코어가 올라가고 관심이 많고 새로운 기록을 다시 쓰는 게 말이에요. 막연하게 ‘천만’이라는 숫자를 두고 ‘그 정도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봐야 할까?’ 싶었지만 점점 숫자가 가까워지고 있잖아요. 그냥 진짜 신기하죠.”

그의 말마따나 신기할 정도의 반응이다. 한 영화를 두고 이토록 강렬한 온도차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 평론가들은 관객들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일단은 영화가 잘 되고 있어서 기뻐요. 평론가 분들이 안 좋게 보시는 건, 제 입장에서 좋을 수만은 없죠.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 영화에 관심이 있고 세세하게 봐주신다는 거니까요. 그런 얘길 듣고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영화가 잘 되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죠? (웃음)”

놀라울 정도로 높낮이가 다른 인물. 가볍게 너스레를 떨다가도 진지하게 자신을 피력할 줄 아는 이 소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원작과 영화의 싱크로율이 너무도 높기 때문에 되려 심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싱크로율이 높다고 얘길 들었을 때 기뻤다”고 응수했다.

“싱크로율을 최대한 원작 리해진 영화 속 리해진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그대로 끌어오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시나리오를 만화와 90퍼센트 이상 비슷하게 썼으니까요.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나 대사의 말투 정도를 살짝살짝 바꾸는 정도였죠. 그 안에서도 최대한 리해진의 모습을 비추려고 노력했어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을 세 번, 네 번 볼 정도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현우는 원작 팬들에 대한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가 원작을 곡 빼닮았기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을 수 있다며 의젓하게 관객까지 걱정하더니 “웹툰은 긴 연재시간 동안 긴 호흡을 통해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놓치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서수혁(김성균)의 에피소드나 리해랑(박기웅)의 에피소드들을 쓸 수 없었던 건 우리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하지만 그 안에서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은 선으로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생각해요.”

◆ 선명해지는 시간

스물한 살. 이제 막 데뷔했다고 해도 수긍이 가는 나이지만 그는 올해로 데뷔 7년 차 배우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해온 것이 오히려 진로의 폭을 좁힌 건 아닐까 싶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진 않았냐’고 묻자 대번에 “없다”고 답했다.

“이 일을 하면서 답답하다, 하기 싫다는 생각은 아직 해본 적 없어요. 물론 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 같은 걸 못 간 게 아쉽긴 했지만요. 오히려 저는 친구들이 못해본 걸,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경험하고 느낀다는 점들이 좋은 것 같아요.”

목표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덧붙인 이현우는 “만약 연기를 안 했다면 좋은 대학을 바라보고 학업에 매진하지 않았을까요? 아님 ‘으, 싫어! 나 안 해!’하고 놀러 다니거나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어른스럽고 의젓한 이현우였지만 형들에겐 마냥 ‘귀여운’ 막내였던 모양. 최근 무대 인사 등으로 김수현 박기웅과 “매일 붙어다닌다”는 이현우는 형들에게 연기적으로나 세상을 살아가는 일상적인 것들까지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수현이 형이나 기웅이 형은 단점이 거의 없어요. (웃음) 제게 조언을 해줄 때 보면 기웅이 형은 전체적인 그림을 본다면 수현이 형은 세세한 것을 보는 것 같아요.”

김수현과 사랑에 가까운 우정을 보여준 것 같다는 말에 쑥스러워 하던 이현우는 “러브라인이 없어도 아쉽진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발끈하기도 했다.

“왜 없겠어요. 왜 아쉽지 않았겠어요. (웃음) 그냥 이번에 촬영하면서 다 남자들끼리만 붙어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농담은 했었다. 우리 영화에 여배우가 없어서 유난히 추웠다 외로웠다고요. 사실 장난이고 실제로는 세 명이서 서로를 위해서 뭉치고 서로를 챙겨주고 이랬어요. 다른 현장에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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