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 제시…학자들 "모호하다"

싱크탱크 '내일' 창립 심포지엄
安 "여러 이념·가치 공존 필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자신의 정치적 노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이념적 토대인 자유주의에다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 가치를 결합한 개념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진보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향후 신당 창당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창립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내일’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안철수 신당’이 지향할 이념적 좌표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 ‘중도’란 표현이 널리 사용되지만 사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체 무슨 이념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존 정당들이 ‘무이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마저) 중도를 표방한다면 뚜렷한 목적 의식이 없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재와 전제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자유주의’와 시장근본주의를 비판하는 관점에서의 ‘진보’를 결합한 ‘진보적 자유주의’를 안철수 신당의 이념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유를 향유할 인간의 평등한 권리, 온정주의를 거부한 법의 지배, 결사의 자유에 바탕한 시민사회 등 현대 민주주의적 가치가 자유주의 이념으로부터 온 것”이라며 “아울러 진보는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비판하고 이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민주적 방법으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자유주의’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사실상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를 이상으로 보고 있지만 남북 분단 등의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해 과도기적 성격으로 내세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상 정당이 이념이 아닌 특정 인물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결국 (안철수 신당도) 인물 중심으로 정치 세력이 모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안 의원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이념과 가치가 공존 협력해야 한다”며 “의제 제시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의제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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