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는 스텝-업 10년 25bp 이하, 25년 75bp 이하 충족해야…무디스는 유예이자 비누적적 때만 30년 만기 인정
이 기사는 06월19일(06: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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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업(가산금리)는 S&P, 만기는 무디스 요건을 충족시키는게 더 힘들었다. 이 둘 중 더 까다로운 곳을 꼽으라면 S&P였다.”
이달들어 SK텔레콤과 포스코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담당했던 투자은행(IB) DCM 담당자들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영구채 자본성 평가 요건들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국내외 IB들은 SK텔레콤과 포스코의 영구채 발행을 주관하면서 글로벌 신평사들의 영구채 자본 인정 요건들을 연구했고 필요할 경우 신평사들과 의견 조율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텔레콤과 포스코는 글로벌 신평사들로부터 영구채 발행액의 50%를 자본으로 인정받았다.
◆콜옵션 5년 이상 조건 등은 신평사 공통
19일 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포스코 발행 후 글로벌 신평사들의 영구채 자본 인정 요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잇따라 영구채 발행에 관심을 표명하거나 실제 발행 작업에 나서고 있서다.
글로벌 신평사들의 영구채의 자본 인정 요건은 업체별로 같은 사항도 있고 다른 것도 있어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다는게 I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게다가 신평사들은 영구채의 각 발행 조건을 종합ㆍ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인 자본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몇몇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자본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몇몇 사항들은 일반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글로벌 평가사 중 영구채 자본성을 인정하는데 가장 인색한 업체는 S&P와 무디스라는 점이다. IB들은 “S&P와 무디스 조건을 통과하면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피치로부터도 자본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S&P와 무디스는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하는데 △후순위성 △콜옵션 기간 △이자지급의 임의성 등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같은 것으로 파악된다. 후순위성은 영구채의 상환 순위를 말한다. 자본성을 인정 받기 위해선 해당 영구채의 상환 순위가 보통주에만 앞설 뿐 다른 모든 채권에 뒤져야 한다는 것이다.
S&P와 무디스는 콜옵션은 5년이 지난 시점에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영구채 이자지급도 발행회사가 임의적으로 생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영구채 만기와 스텝업은 차이
하지만 만기와 스텝업 조항에선 S&P와 무디스는 자본성 인정 요건이 다르다. 큰 틀에서 보면 만기는 무디스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스텝업은 S&P를 충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는게 IB의 전반적인 평가다.
S&P는 영구채 만기가 30년 이상이면 일단 자본성 인정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만기가 30년 이상이면 특정 연도에 지급이 유예된 미지급 이자가 나중에 누적되는 ‘유예이자의 누적적 조건’을 갖고 있든, 누적되지 않는 ‘유예이자의 비누적적 조건’을 갖든 상관없이 자본성 요건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무디스는 기본적으로 만기가 60년 이상이어야 자본성을 인정한다. 만기 30년일 때 자본성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유예이자가 비누적인 조건일 때에만 국한한다.
이번에 SK텔레콤은 만기 60년짜리 영구채를 발행해 S&P는 물론 무디스로부터 자본성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반면 포스코는 30년 만기로 발행했음에도 두 신평사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포스코 영구채는 만기 30년이 지난 다음 만기가 30년 자동 연장되는 조건이 있어서 사실상 만기를 60년으로 무디스가 인정해 준 결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스텝업의 경우는 정반대다. S&P는 발행 후 10년 뒤 스텝업이 0.25%포인트 이하, 발행 후 25년 뒤 0.75%포인트 이하를 맞춰야만 한다. ‘발행 후 10년 이전에 스텝업이 1.0%포인트 미만이어야 한다’는 요건만을 제시하는 무디스보다 훨씬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번에 SK텔레콤과 포스코가 콜옵션은 5년 후부터 행사할 수 있지만 스텝업은 ‘10년 0.25%포인트, 25년 0.75%포인트’의 조건으로 발행한 것은 S&P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무디스의 만기 60년 조건을 맞추는 것보다는 S&P의 스텝업 조항을 충족하는 것이 영구채 자본성을 인정 받는데 더 힘들다는 후문이다.
◆"100% 자본 인정은 사실상 불가능"
SK텔레콤과 포스코는 이런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 글로벌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평정할 때 영구채 발행액의 50%를 자본으로 인정받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작년 4분기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은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이들 발전자회사들은 글로벌 신평사들로부터 영구채의 자본성 인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사 글로벌 신평사의 자본성을 요청했더라도 인정 받지 못했을 것이란게 IB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발전자회사들은 5년 후부터 1%포인트 이상의 스텝업을 적용하는 조건 등으로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S&P는 커녕 무디스 스텝업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등 현재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인 항공 및 해운업종 기업들도 설령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회계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글로벌 신평사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발행액의 50%를 초과해 영구채의 자본성을 인정 받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다. IB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구채가 100% 자본성을 인정 받으려면 △만기는 영구적이고 △스텝-업도 없으며 △리셋 조항(5년마다 국고채 금리 변동을 반영해 영구채 발행 금리도 재조정하는 조항)도 없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이라면 투자자들은 보통주에 투자하지 영구채 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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