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 위조에 제조·시험 업체는 물론 승인기관과 부품의 최종 목적지인 한수원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리를 한수원이 사실상 진두지휘했다고 보고 검찰은 수사를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0일 오전 10시께 서울과 경주 소재 한수원 본사와 고리·월성원자력본부 등 사무실 4곳, 전·현직 임직원 자택 등 모두 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사 3명의 지휘하에 수사관 60여명이 투입됐다. 검찰이 이처럼 대규모로 한수원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제어케이블 위조로 시작된 원전납품 비리에서 한수원 직원들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이 “2008년부터 신고리 1·2호기 등에 납품된 JS전선의 제어케이블 성능검증 시험 성적서 위조와 관련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불량 제어케이블의 계약 체결, 성능검증, 승인, 납품, 출고 등과 관련한 서류와 컴퓨터 파일,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제어케이블이 어떻게 납품됐는지 전체 과정을 샅샅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JS전선이 제어케이블 시험에서 두 차례나 실패한 직후인 2004년 7월 한수원과 같은 제품으로 무려 55억원어치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50일가량 걸리는 제어케이블 시험 성적서 승인이 불과 14일 만에 이뤄진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한수원 송모 전 부장(48)과 황모 차장(46)이 2008년 1월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로부터 제어케이블 시험 성적서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냥 승인하라”고 지시한 이유를 집중 추궁해왔다.
이 같은 과정은 송 전 부장 등 중간 간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김모 전 한국전력기술 부장 등으로부터 2008년 1월 ‘7인 회의’라고 불리는 시험 성적서 승인을 위한 대책회의가 송 전 부장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수원 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난 18일 체포한 송 전 부장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19일 JS전선에 대한 제2차 압수수색을 통해 한수원 고위층이 개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거나 관련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갈수록 원전비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울산지검은 한수원 직원과 업체 관계자 등 65명을 적발, 그중 31명을 구속기소했다. 65명 중 절반이 넘는 38명이 한수원 직원으로 본사 처장급(1급) 2명을 포함해 22명이 구속되고 2명은 불구속, 2명이 기소중지됐다. 올 들어서도 3월12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부산기장군 고리원전발전소에서 주요 부품을 빼돌린 뒤 다시 새것으로 위조해 납품한 비리를 추가로 적발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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