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온 힘 다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들

입력 2013-06-20 17:59   수정 2013-06-21 00:07

풀뽑고 가지쳐야 자라는 나무처럼 사람농사도 많은 정성 필요한 법
아이들 삶의 줄기 키울 수 있기를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어설프게나마 나무 농사에 맛 들인지도 햇수로 4년이 되어간다. 2년생 반송(盤松) 묘목들이 어느덧 어른 팔뚝만큼 굵어졌다. 여전히 일머리를 헤아리지 못해 연중 농번기(?)인 듯 분주하기만 한 애환은 있지만, 나무 농사가 사람 농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기만 하다.

“나무 농사는 재고(在庫)가 없습니다. 1년 지나면 그만큼 나무 가치가 올라가니까요”라고 하던 묘목 상인의 감언이설에 귀가 솔깃하여 “나무, 땅에 심어 놓으면 저절로 크는 것일 게야” 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겁 없이 시작하던 때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태어나기만 하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던 아이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정도 듬뿍 안겨주고 열심히 공부도 시켜주어야 하듯, 나무 또한 사람 손을 제법 많이 탄다. 모자라도 안 되고 넘쳐도 안 되는 물 관리는 기본이요, 때 되면 거름도 뿌려주고 비료도 넣어주어야 함은 물론, 잡초의 습격을 받지 않도록 틈틈이 풀 관리도 해주어야 한다. 뿐이랴, 이웃한 밭에서 살충제를 치면 해충들이 우리 밭으로 옮겨오니 덩달아 우리도 해충 방제를 해주어야 하고, 주변 가로수 잎이 세균에 오염되면 재빨리 우리도 살균제를 뿌려주어야 안심이 되곤 한다.

한 명의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대로, 주위 환경과 무관하게 독야청청 홀로 청정 상태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너나없이 경쟁에 휘둘리고 출세와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때, 우리 아이만 고립시켜 온실의 화초처럼 키울 수만은 없는 일 아니겠는지. 하기야, 나무도 사람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큰다 했다. 그만큼 정성을 다하면 소담스러운 꽃으로, 탐스러운 열매로 보답해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일진대, 하물며 사람 농사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게다. ‘1년 농사를 망치면 3년이 편하고, 1년 농사가 흥하면 3년이 고생스럽다’는 마을 어른들의 말씀도 가슴에서 맴돈다. 신중한 경험을 통해 지혜를 축적할 일이요, 섣부른 방심은 금물이란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마음이었을 게다.

통풍도 잘 되고 균형 잡힌 모습으로 멋지게 쑥쑥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래쪽으로 처진 가지들, 자잘하게 올라오는 잔가지들, 서로 충돌하는 가지들은 초보자의 눈에도 잘라주는 것이 마땅하리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적당히 굵게 올라오는 가지들 중엔 어느 것을 쳐주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이 가지를 쳐내자니 왠지 아깝고 저 가지를 그냥 두자니 모양새가 안 좋고, 그럴 때면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이때 오랜 시간 나무와 동거동락(同居同樂)해온 나무 전문가들은 신기하게도 2~3년 후 나무가 자랄 모습까지 예상하면서 어떤 가지를 쳐내야 할지 현명하게 판단하곤 한다.

어느 가지를 쳐주어야 할지 망설이는 마음은 미술에, 피아노에, 수영에, 논술에, 영어에, 중국어에 아이가 재미를 느끼든 말든, 좋아하든 말든 이것저것 가르치고픈 부모 마음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필요 없는 가지는 과감하게 잘라주어야 굵고 실하게 벋어나가는 가지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텐데, 과도한 욕심이 현명한 판단을 가리는 셈이다.

나무의 가지치기는 우리네 인생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일 저 일 분주하고 번잡하기는 한데 정작 중요한 일도, 의미 있는 일도 아닌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우리 모습은, 마치 잔가지만 무성한 볼품없는 소나무를 연상시킨다.

어느새 6월도 하순, 1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장마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어 여름 속으로 성큼 들어간 듯한데, 한 해의 절반을 돌아보면서 나머지 절반을 준비하는 자리에 나무 농사로부터 배우는 지혜를 삶 속에 접목할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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