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투자자금 유출 되는것"…대대적인 엑소더스 없지만 당분간 V자 회복 힘들어
‘버냉키 쇼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0, 21일 이틀 만에 1조2000억원가량의 돈을 증시에서 빼갔다. 지난 7일 이후 11일 연속 팔아치운 금액은 5조원이 넘는다. 미국이 2008년 양적완화 정책(QE)을 실시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약 52조원에 달해 앞으로 외국인들이 얼마를 더 팔아치울지 관심이다.
○브레이크 없는 외국인 매도세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49% 하락한 1822.83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QE 축소 우려 탓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외국인이 연중 최장 기록인 11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탓에 사흘 연속 하락했다.
특히 장 초반에는 코스피지수가 1806.02(-2.38%)까지 떨어지며 지수 18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대장주’이자 외국인 매도의 타깃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도 0.30% 내린 13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25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장중 129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이날도 거침없었다. 외국인은 776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대량매도 사태가 빚어진 7일 이후 총 5조1528억원을 빼갔다. 종전 외국인 연속 최장 순매도 기간인 3월14~28일의 2조8016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양적완화 유입금액 52조원
외국인 매도세가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앞으로 더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차 QE가 실시된 2008년 11월 말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누적 순매수액은 약 52조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외국인 투자 증가분 모두가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 증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투자비중도 30~32% 선을 매년 꾸준히 오가며 큰 변동이 없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년 새 156조원이나 빠져나간 적이 있었던 만큼 외국인 자금 대량인출 위험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자금이탈 우려 과도하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은 이어지겠지만 대대적인 추가 자금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외국인 자금이탈은 QE 축소 우려에 중국 경기 위축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돈을 빼간 외국인은 단기성 자금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해 9월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9조원 수준이고, 올해 연간 순매도는 9조7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뱅가드 매도 물량을 제외하고 보면 올 들어 외국인이 오히려 2조원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자금이탈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 외국인이 조만간 다시 한국시장에 돌아올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해 외국인이 환차익을 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고, 국내 주식이 싸다고 여길 가능성도 커진 만큼 자금이 계속 빠지기보다는 다시 들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2008년에는 중국 경기가 좋아서 V자형 반등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중국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외국인 매도가 상당 기간 길어질 듯하다”고 우려했다.
김동욱/안재광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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