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용 어려운 요구 내세워 주도권 잡기 공방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한 치의 양보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민생 국회를 표방했던 6월 임시국회는 NLL 대화록 공방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셈법만 난무하는 정치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내세우면서 지루한 정쟁(政爭)이 이어질 경우 정치권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약속한 민생법안과 특권 내려놓기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치민주화 포기못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휴일인 23일에도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강력 촉구했다.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장외투쟁에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김한길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마찬가지로 정치민주화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NLL 발언록을 들고 나왔지만 세상에 무엇을 들고 나오더라도 결코 국정조사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역공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원 정치개입 카드로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발언해 새누리당으로부터 논란을 재촉발시킨 당사자로 지목된 박영선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법사위 회의 때 한 질의 내용을 핑계대는데 (국정조사가) 그렇게 무서웠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며 “하늘을 가리려고 (NLL 대화록) 폭탄을 터뜨린들 하늘이 가려지겠느냐”고 했다.
○새누리, 한 치도 물러날 수 없어
새누리당은 대화록 즉각 공개와 NLL 관련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새누리당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어렵게 잡은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 치라도 뒤로 밀릴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국정조사’ 이슈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대화록을 공개하자면서도 전제 조건을 달고 있다”며 “이는 진실을 회피하고 대화록을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말과 속생각이 전혀 다른 전형적 정치위장술”이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화록을 전면 공개하자고 밝힌 것과 관련,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하자는 것은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다”며 “여야 간 합의만 있다면 일반문서로 지정해 공개하면 된다”고 거듭 공개를 촉구했다.
이정호/이호기/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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