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확실한 아빠만의 역할이 존재한다. 안전하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아빠, 언제나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아빠, 밤마다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빠…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서도 언젠가부터 가정 내 아빠로서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아빠들은 여전히 ‘부담감’을 짊어진 채 물리적인 위치를 배회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부장적이고 권위로 무장한 기성세대의 ‘아버지상’을 비판해왔지만 정작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하기까지 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빠의 육아 참여는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육아 관련 복지가 경제적인 지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국가가 바라는 것은 바로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라는 것이다. 아빠와 함께 부대끼며 성장한 아이들만이 사회성과 인지력 면에서 균형감 있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큰맘 먹고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아빠들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갑자기 늘어난 아이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좋은 아빠의 자격》은 저자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민과 노력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시대의 아빠들이 갖춰야 할 덕목들을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또한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늘리는 목적이 아닌,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4*9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아이가 네 살 정도 되면 육아를 힘들다고 느끼는 아빠가 아이로부터 멀어지고, 이런 아빠와 생활을 한 아이가 아홉 살 정도 되면 먼저 아빠로부터 떠나간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는 멀어졌던 아빠는 다시 아이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애를 쓰지만 한번 떠나간 아이는 절대 서먹해진 아빠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 아이의 출생 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평등부부’이자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로 알려진 저자 역시 ‘아빠’라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관심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소외감까지 느꼈지만 오히려 육아일기 쓰기, 태담, 아내와 대화 나누기 등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의 생각을 읽고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애썼으며 스스로 진정한 아빠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아빠의 역할을 찾기 위한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얻어낸 결론에 대해 저자는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과정은 바로 부모가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아빠가 달라져야만 아이도 달라지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완성해가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고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실천을 해야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만큼 ‘아이와 함께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 ‘아이와 맨몸으로 노는 법’,‘함께 가족문화 만들기’ 등 아빠들이 생활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육아는 결국 부부가 함께 해나가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해서라도 부부간의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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