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래 끈끈했던 사람들도 떠나…그리워라 우리 옛 동네의 추억
박형준 <시인 agbai@naver.com>
![](http://www.hankyung.com/photo/201306/2013062841121_AA.7596903.1.jpg)
해당 지도 속에서 우리나라는 짙은 녹색으로 녹지가 무성하게 분포돼 있다. 그러나 강원도 등 동쪽이 짙은 초록인 반면 대도시는 색깔이 옅다. 특히 서울은 녹지가 많이 사라진 옅은 갈색을 띠고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해 서울의 산림이 훼손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지도를 보면서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생각이 났다. 벌써 내가 이 동네에 산 지도 5년째 접어든다. 나는 남들 눈에 그럴듯한 것보다는 내가 살기에 그럴듯한 것을 집이라고 여겨 왔기에 전세살이일망정 이 동네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가까운 데에 재래시장이 있어, 요즘 같은 여름밤에는 글을 쓰다 출출하면 시장 옆 포장마차 국숫집에 들러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밤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는 와중에 뉴타운 열풍이 불었고 다닥다닥 붙어 있던 판자집들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야말로 서울에 이런 데가 있을까 싶게 너른 공터가 생겼다. 그런데 그 공터는 오랫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이주 협상을 끝내지 못한 집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공터를 마주보고 있는 낡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어둠 속에서 섬처럼 떠 있는 그 집들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외로운 불빛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사라져 갔다. 그렇게 집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떠났지만 공터는 초목으로 무성했다. 자연은 시간만 주면 웅덩이를 만들고 풀을 만들고 나무를 키운다. 휴일에는 그 공터의 웅덩이에 앉아 물고기가 생겼나 관찰하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하지만 서울의 그 너른 땅이 언제까지나 나 같은 시인의 감상을 위해 초목 우거진 공터로 남아 있을 리는 만무했다. 결국 공터에 가림막이 쳐지고 뉴타운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그 공터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느티나무가 베어졌던 것이다. 서울의 변두리, 당산나무가 있는 동네에 살면서 그 나무 밑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들과 재래시장에서 찬거리를 마련해오던 여인들이 땀을 식히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속에 내가 투영돼 있는 것이 나는 큰 위안이었다. 당산나무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그 사람들 속에 내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작은 공동체였던 것이다.
나무가 베어지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친근한 모습도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나무 밑 작은 공동체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고향에서 당산나무를 왜 그렇게 소중히 여겼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당산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살아 있는 책이다. 아이들은 그 나무 아래에서 뛰어놀며 나무에 부는 바람과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나무가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진다. 그렇게 오래된 동네의 추억은 나무의 죽음과 함께 모두 옛날이 됐다.
이제 변두리였던 우리 동네에는 20~30층이 넘는 초고층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상가와 병원, 중·고등학교가 세워졌고 동사무소와 보건소까지 이전해 왔다. 나는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개발은 찬성하지 않는다. 우주에서 본 우리나라 모습을 바라보면서, 서울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는 큰 덩치의 산과 숲 대신 나무 한 그루를 본다. 우리 주변에서 지킬 수도 있었을 그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고 나면 사람살이의 소중한 만남이나 소통도 사라진다. 나는 그런 나무들이 그리운 것이다.
박형준 <시인 agba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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