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리면 끝장"…재계, 연이은 총수 구속에 '긴장'

입력 2013-07-02 15:11  

연이은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발전 기여와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기업인들의 인신 구속에 신중을 기하던 법원의 태도가 싸늘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재계 10위) 회장과 지난 1월 최태원 SK그룹(3위) 회장에 이어 CJ그룹(14위) 이재현 회장까지 전날 전격 구속되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재계 20위권 그룹의 오너이자 총수 3명이 동시에 인신구속을 수반한 고강도 사법처리를 받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과 법원은 대기업 오너들의 경우 국가경제 위축 등을 감안해 일반 양형 기준과 달리 사실상 관용을 베풀어 온게 사실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6년과 2009년 두 차례 모두 불구속 기소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질적인 수감이나 복역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1996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때 소환된 뒤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수사 당시에도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LG그룹 구본무 회장도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공범관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이유로 불입건 처리됐다.

현재 영어의 몸이 된 최태원 회장도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었다.

9년만에 최 회장은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해 개인 투자에 유용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세차례나 법정에 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두 차례 집행유예와 한 차례 법정 구속된 전력이 있다.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도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올해 4월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법원이 기업인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불관용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어 이제 걸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다음 순서가 어느 기업이라는 둥 흉흉한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인데,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기업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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