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어디로 가나] 대선공약 vs 최저생계비안 격차…7조 → 43조 확 벌어져

입력 2013-07-02 17:07   수정 2013-07-03 03:39

행복연금위, 5일 최종회의…기초연금 재정 비교해보니

물가상승률 적용하면
대선공약 161조, 생계비안 65조…2040년 재정격차 100조 육박

'혼합 적용'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 가입·소득 등 고려…정부조율·국회 통과 험로 예고




행복연금위원회가 오는 5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확정한다. 민주노총 등이 탈퇴했지만 위원회는 상위 20~30% 고소득자를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지급액은 월 최저 10만원, 최고 20만원으로 하자는 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상균 행복연금위원장은 “민주노총 등도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데는 동의한 상태”라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예산 눈덩이처럼 불어나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을 검토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모든 노인에게 주되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4만~20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행복연금위는 이 모든 방안을 백지화했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 보건복지부가 장기 재정 소요를 계산해 제출한 것이 계기였다.

공약대로 이행하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불변가격 기준으로 2015년에 15조원, 2020년엔 19조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그 뒤로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소요 재원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해 2040년 72조원, 2060년에는 117조원으로 폭증한다. 반면 행복위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인 최저생계비 150% 미만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면 2020년 12조원, 2040년 29조원, 2060년 42조원에 그친다. 두 방안의 예산 차이는 △2015년 5조원 △2020년 7조원 △2040년 43조원 △2060년 75조원 등으로 급격히 벌어진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경상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은 2030년대 중반 100조원을 넘고, 2060년 한 해에만 387조원이 필요하다. 행복위 위원들이 공약과 인수위안을 포기한 이유는 연간 100조원을 훌쩍 넘기는 소요 예산을 들여다보면서다. 한 위원은 “아무리 성장률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이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 모든 위원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복 지원 문제도 해결해야

이번주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이 선호하는 지급 방안은 △최저생계비 150% 이하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균등 부분 반비례)으로 압축됐다. 이들 방안은 정부 부담뿐 아니라 중복 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균등 부분 반비례 안이 특히 그렇다. 기존 국민연금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들어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3년 평균 월소득(A값)보다 자신의 소득이 적으면 낸 돈보다 더 많이 받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균등 부분 반비례안은 이 A값의 중복 수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A값과 기초연금을 합쳐 20만원을 맞춰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올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8년인 사람의 A값 급여는 10만원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는 기초연금 1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20만원 전액을 받게 된다. 또 위원들이 최저생계비 150% 안을 선호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효과가 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이브리드안 나올 듯

5일 열리는 마지막 회의에서는 세 가지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대상을 소득 하위 70~80%로 할지, 최저생계비의 150% 등 소득을 기준으로 할지가 첫 번째다. 또 20만원씩 다 줄지, 아니면 여러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마지막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고려할 것인지 여부다. 김 위원장은 “여러 안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안이 복수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공약에서 대폭 후퇴한 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약대로 가야 한다”고 하면 일은 복잡해진다.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관측이다. 복지부나 위원회 측은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고집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부의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약을 접더라도 야당의 반발은 또 다른 변수다. “공약을 이행하라”며 정부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용준/고은이 기자 junyk@hankyung.com

■ 불변가격

미래의 가격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상승·하락분을 제외하고 현재 수준으로 조정한 가격. 만약 연간 물가상승률이 50%인 상황에서 볼펜 한 자루의 가격이 올해 100원에서 내년 150원으로 오를 경우 내년 기준 볼펜의 불변가격은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100원이 된다.

■ 균등부분 반비례 방안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균등부분(급여)과 기초연금을 합쳐 20만원을 주는 방안. A값이 10만원인 사람에겐 10만원의 기초연금을, A값이 15만원인 사람은 5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 20만원을 맞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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