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역 이기주의에 막힌 원격진료

입력 2013-07-03 17:41   수정 2013-07-03 21:19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는 데 대해 의사협회가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정보기술(IT)이 발전해 원격진료가 충분히 가능한 만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서비스 발전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건보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번에도 한사코 반대다. 원격진료를 놓고 지난 10여년간 거듭돼왔던 논란이 또 재연될 모양이다.

의사들의 반대논리는 늘 똑같다. ‘우리 환경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 ‘1차 의료기관이 붕괴한다’ ‘의료사고 시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고 섬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오지 주민, 근무 장병,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의료 접근성이 좋다는 주장도 병원이 없어 쩔쩔 매는 지역엔 남의 얘기밖에 안 된다.

동네의원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기우로 들린다. 당장 병원협회에선 그런 현상을 억지로 만들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원격진료가 제대로 되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이 완화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의료사고 시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해결하면 될 일이지 원격진료 자체를 반대할 사유는 못 된다. 결국 원격진료 반대는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 때문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직역이기주의가 판치는 곳은 예외없이 규제에만 의존한 채 그 어떤 혁신도 거부한다. 국내 의료산업이 딱 그렇다. 치과협회가 몰아냈던 가격파괴 임플란트 치과(네트워크 병원)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투자와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낸 꼴이다. 의사협회가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것도 이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헬스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원격진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는 쪽으로 가는 게 옳다. 국내 의료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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