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
지난해 성장률 2%대로 급락…실업 늘고 관광수입마저 '뚝'
무슬림 형제단 저항이 변수
무르시 지지자 "쿠데타" 반발…군부와 충돌땐 내전 번질수도
‘아랍의 봄’에서 ‘아랍의 겨울’로.
2년 전 ‘아랍의 봄’을 이끈 이집트 민주 정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집트 정국은 또다시 짙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을 축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 이집트 군부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직후 임시 대통령 임명에서 대통령 선거에 이르는 정치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0년간 이집트를 철권 통치해온 무바라크를 쫓아낸 지 2년, 이집트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뽑은 대통령 무르시도 집권 1년 만에 실각하면서 이집트는 또다시 민주화의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와 종교, 풀지 못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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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시위대에 불을 지핀 건 이슬람주의와 세속 정치 체제의 충돌이다. 무르시 정부의 실책은 경제구조 개혁은 미루면서 이슬람 정치 규범을 강요하고 독재를 답습한 것이다. 야권의 다수가 세속주의, 자유주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헌법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무바라크의 ‘현대판 파라오’라는 별명까지 물려받았다. 취임 100일 후 지지율은 78%에서 32%로 급락했다. 과거 회귀의 두려움을 느낀 자유주의자들은 무바라크를 쫓아낸 그 광장에 다시 모여 ‘퇴진’을 외친 것이다. 미국 외교협회(CFR) 중동전문가 에드 후사인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세속 정치 체제와 이슬람주의가 공존하는 실험이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예상되는 3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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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국의 열쇠는 군부가 쥐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집트 군부 주도 아래 국가통합위원회를 구성, 조기에 선거를 통해 민간에 정치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군부 정권으로 회귀’를 꾀한다면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가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변수는 무르시의 최대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다. 이들이 순순히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슬림형제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저항 집회를 멈추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을 새 정권 창출의 최대 걸림돌로 보고 현재 이 조직의 리더 300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만약 무슬림형제단이 지하조직을 동원, 테러를 감행할 경우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져 내전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제3세력의 등장이다. 유력한 대안 세력은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무바라크 측근 세력. 이집트 세속주의자들과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무바라크 측근이자 총리 출신인 샤피끄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르시가 지난 대선 결선투표에서 51.73%로 승리할 당시 샤피끄는 48.27%를 얻었다. 하지만 자유민주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을 부인하고 또다시 독재 정권의 복귀를 반기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무슬림형제단
이집트 이슬람학자인 하산 알 반나가 1928년 이슬람 가치 구현과 확산을 목표로 설립한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
폭력 노선 대신 병원과 학교 건설 등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통해 아랍권에서 폭넓은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1954년 가말 압둘 나세르 전 대통령 암살 시도의 배후로 주목되는 등 이집트 군부와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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