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당성 따져 다 하겠다'는 말장난을 믿으라는 건지

입력 2013-07-05 17:43   수정 2013-07-06 02:11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지역공약 사업들의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지역공약은 사업수만도 167개에 달한다. 소요재원도 71개 계속사업에 40조원, 96개 신규사업에 84조원 등 총 12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정부는 우선순위를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되 타당성이 낮더라도 지역균형 발전 등에 필수적일 경우 대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역공약 사업을 모두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는 발표다. 그렇지 않아도 복지 등 필요한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세금은 걷히지 않는 등 재정이 한계상황에 이른 마당에 지방사업 모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물론 정부는 신규사업에 대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공약에 집착하는 식이라면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일부에서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고 판정 난 사업들조차 수정해 재추진한다고 하니 타당성 조사의 타당성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동시에 발표한 것을 보면 역시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신규사업은 물론 국가 재정 사업에도 민간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이 의심되는 지역공약 사업들이 한둘이 아닌 터에 민간이 확실한 보장도 없이 뛰어들지도 의문이다.

지역공약 사업들 중에는 완공까지 10년 안팎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도 적지 않다. 국민과 약속한 것을 지킨다지만 생색은 현 정부가 다 내고 정작 뒷감당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구태의 되풀이가 될 수도 있다. 이건 약속이 아니라 무책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지역공약 사업을 이행하겠다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선심성 지역공약은 더욱 남발될 게 뻔하다. 더구나 지자체장 선거가 벌써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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