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직전까지 정상 … 비상착륙 안내방송 없어
국토부 "기장, 구급차 요청 없었다" 확인
착륙 활주로 자동항법장치 지난달부터 고장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기장은 공항 관제탑에 구급차량 대기를 요청했다. 기장이 기체 결함을 인지하고 착륙에 앞서 긴급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7일 오후 3시 국토교통부는 “사고 여객기는 구급차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정반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전 승객들에게 비상착륙에 대한 안내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승객들에게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고 대응 미숙이 사고를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항공사 측이 기체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항공사와 제작사 측의 책임 공방이 불거질 전망이다.
○착륙 과정에서 조종사의 과실
항공 전문가들은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기상 변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기체 결함보다 착륙 직전 여객기가 낮은 고도에서 비행했던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종사 과실에 무게가 실린다. CNN 등 외신은 “비행기가 너무 낮게 날고 있어 불길했다” “해당 여객기의 각도가 이상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여객기가 방파제에 부딪혀 랜딩기어가 부러지면서 미끄러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갑작스러운 하강 기류 발생 등 기상 변수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공항이 태평양과 연결된 만에 위치해 있어 착륙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랜딩기어 오작동 등 기체 결함
기체 결함으로는 착륙을 제어하는 랜딩기어 결함, 비행기의 중력 제어 시스템 오작동, 꼬리 날개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꼬리 부분이 먼저 활주로에 부딪힌 정황에 따라 랜딩기어에 문제가 생겨 바퀴가 내려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와 충돌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중력 제어 시스템 결함을 들었다. 강자영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먼저 닿는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혔다는 것은 비행기의 중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꼬리가 떨어져나간 것을 보면 착륙 당시 비행기의 앞부분이 정상보다 더 올라갔다는 것”이라며 “비행기의 자세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꼬리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항 활주로 자동항법장치 이상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의 자동항법장치 이상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사고 여객기가 비상 착륙한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는 사고 당일 자동항법장치 이상으로 착륙 유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항공 조종사에게 운항에 관한 특이 사항을 알려주는 ‘노탐’ 통신망의 항공고시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공항 28L 활주로의 정밀 접근 유도장치에 이상이 생겨 지난달 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비스가 중단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관제탑에서 해당 활주로의 이용을 허가해 착륙을 시도한 것”이라며
활주로의 문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테러와 기상 상황은 사실상 배제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최장 2년
국토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사고조사단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조사 기간은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국토부 사고조사단은 블랙박스 조사 및 관계자 면담을 통해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조사위원회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협조하겠다”며 “탑승객과 가족,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전예진 이지훈/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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