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펀드인데…해외만 '쌩쌩'

입력 2013-07-08 17:30   수정 2013-07-09 00:30

주식ETF·녹색펀드도 국내외 '희비' 엇갈려
전문가들 "분산투자가 답"




회사원 송모씨(43)는 작년 말 목돈을 국내형 사회책임투자(SRI)펀드에 넣었다. 정권이 바뀌면 사회공헌도가 높은 ‘착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해서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전모씨(39)는 똑같은 SRI펀드이지만, 해외형 상품에 가입했다.

투자한 지 7개월쯤 지난 요즘 두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다르다.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송씨 펀드의 수익률은 현재 -11%를 기록 중인 반면 전씨 수익률은 15%에 육박한다.

‘같은 성격’의 펀드인데도 투자지역이 국내냐 해외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년 이내 단기 수익률만 놓고 보면 해외형의 성적이 훨씬 나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실적을 놓고 펀드를 갈아타기보다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완벽하게 엇갈린 움직임

8일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이 평균 -4.5%(5일 기준)인 반면 해외주식형 ETF는 0.87%로 나타났다. 해외주식형 ETF는 주로 북미지역 및 신흥국 증시와 연동해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는 금융펀드에선 국내외 상품 간 수익률 격차가 가장 컸다. 국내형 금융펀드의 1년 수익률이 -6.95%인 데 비해 해외형 금융펀드는 28.66%에 달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국내 금융펀드 -6.97%, 해외 금융펀드 16.61%였다.

1년 수익률이 가장 좋은 해외 금융펀드로는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펀드(33.16%),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펀드(32.86%), 유리글로벌거래소펀드(30.48%) 등이 꼽혔다.

전력난 우려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녹색성장펀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형 녹색성장펀드의 1년 수익률은 -10.6%로 부진한 반면 해외형 녹색성장펀드의 수익률은 14.88%였다.

국내형 녹색성장펀드로 분류된 20여개 중에서 1년 수익률이 플러스인 상품은 신영마라톤그린밸류펀드(10.65%), 트러스톤칭기스칸MKF녹색성장펀드(4.34%) 등 소수에 불과하다. 미래에셋타이거그린증권상장지수펀드(-18.1%), KTB그레이트그린증권상장지수펀드(-17.96%), 하이셰일가스포커스펀드(-12.2%),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연금증권전환형펀드(-9.34%) 등이 모두 큰 폭의 손실을 내고 있다. 해외 녹색성장펀드 20여개가 대부분 10~20%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 “분산 투자 중요”

같은 성격의 펀드라 해도 지역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큰 것은 국내외 증시가 엇박자를 내왔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크게 보면 국내 증시가 그동안 부진했던 반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는 선전한 데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녹색성장펀드나 SRI펀드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에선 운용 역사가 짧고 운용 철학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예측이 어려운 만큼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과 반대로 미국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며 “국내외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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