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장기불황 직격탄
부도위험 업체 부지기수
새 조합 이사장 24일 선임
국내 1세대 전선업체인 한국전선이 최근 부도가 났다. 매출은 1000억원 수준이지만 박석모 한국전선 회장(사진)이 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회사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단가인하로 어려움을 겪어온 전선업계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억원 어음결제 못해
한국전선은 만기가 돌아온 25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 1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국전선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경영난을 버티지 못했다”며 “서울 및 아산사무소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선은 작년 매출 1094억원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 데다 올해도 계속 적자가 나 보유 자금이 바닥났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의 퇴직금과 협력업체들의 거래대금은 간신히 막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은 끝내 결제하지 못했다.
○“오늘내일하는 업체 부지기수”
전선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선업체 중 부도난 것은 한국전선이 처음인데, 오늘내일하는 중소 전선업체는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전선업계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경기불황 때문이다. 전선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단가를 떨어뜨리는 과당경쟁을 벌였고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전선 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국내 전선 시장은 지난해 10조원 수준이었다. 대기업 4개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1, 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도 지난해 각각 369억원, 57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나쁘다. 나머지 30% 시장을 놓고 다퉈야 하는 60여개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전선공업협동조합에 등록된 전선업체는 지난 6월 말 기준 71개사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원자재인 구리동 가격 급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합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충남 아산에 있는 한국전선은 박석모 회장의 부친인 고 박영련 회장이 1965년 창업한 회사다. 가온전선(1947년) 대한전선(1955년) LS전선(1962년) 대원전선(1964년)에 이어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오래된 전선기업이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태훈 상무가 경영승계 수업을 받아왔으나 ‘3세 경영’의 꿈을 이루기가 어렵게 됐다.
박 회장은 지난달 ‘건강'을 이유로 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내놓은 상태다. 조합은 이달 24일 임시주총을 열어 새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합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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