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機 착륙 사고] 조종사 "착륙 직전 자동 속도조절장치 작동하지 않았다"

입력 2013-07-10 17:08   수정 2013-07-11 03:55

NTSB 조사내용
저고도로 진입 뒤늦게 알아 속도 높였지만 충돌…NYT "기계결함 가능성"
獨 시사주간지 슈피겔 "이 공항은 안전착륙 불가능" 아시아나機 착륙 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기의 조종사들은 착륙 직전에 자동 속도조절 장치인 ‘오토 스로틀(auto-throttle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데버라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말했다. 조종사들이 ‘오작동’한 오토 스로틀에 의존하는 바람에 비행기가 낮은 고도로 느리게 활주로에 진입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기계장치의 결함이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 조사관 2명은 이날 워싱턴에 도착해 NTBS와 블랙박스 합동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자동 속도조절장치 작동 안해”

이번 사고 조사 책임자인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은 착륙 당시 오토 스로틀을 시속 254㎞로 설정해 놓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교관비행을 했던 이정민 부기장은 200피트 상공에서 속도가 너무 낮고 느리다는 것을 알았으며, 오토 스로틀이 권장속도(시속 254㎞)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도를 높여라”고 외치며 옆좌석의 이강국 기장을 보니 이미 레버를 밀어 출력을 높이고 있었지만 잠시 뒤 충돌했다고 진술했다. 충돌 당시 사고 비행기의 속도는 시속 190㎞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사실이 결정적인 단서는 아니지만 기계고장이 있었거나 조종사들이 오토 스로틀 조작 실수를 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실 조사 결과 오토 스로틀이 암드(armed) 포지션에 있었다”고 말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암드 포지션은 작동상태를 의미한다”면서 “다만 오토 스로틀 결함 여부 등 정확한 상황은 블랙박스를 해독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국 기장, 보잉777 훈련비행 기준 미달”

NTSB는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 기장은 비행시간이 97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지만, 사고기(보잉777)의 운항에 필요한 ‘훈련비행’은 절반만 마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보잉777을 조종하려면 20차례에 걸쳐 60시간을 훈련비행해야 하지만 이 기장은 10차례에 걸쳐 약 35시간만 비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비행이 이 기장에게는 훈련 비행시간에 포함되는 것이어서 규정 위반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관 비행을 한 이정민 부기장은 샌프란시스코공항에 교관 기장으로는 처음 착륙한 사실도 NTSB는 확인했다. 두 기장이 함께 비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출동 당시 조종석에는 기장과 교관 기장, 그리고 대기 조종사 등 모두 3명이 있었고 나머지 조종사 한 명은 객실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공항의 구조적 문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날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루프트한자항공사 조종사들에게는 경계 1순위였다고 보도했다. 한 조종사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기 사고소식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샌프란시스코공항은 안정적인 착륙을 하기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는 시간문제였다”고도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안정락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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