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황 및 전망
신용카드회사의 사업모델은 지급결제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판매사업(신판사업)과 이를 통해 축적한 신용정보를 활용해 개인에게 소액자금을 대여해주는 여신업무로 나눌 수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정책 지원과 보호 속에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여신업무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판사업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했다. 이후 국내 금융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가진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총자산이익률(ROA)이 평균 4%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 강화와 여신분야 수익성 악화로 작년 ROA는 1.67%로 낮아졌다. 은행·증권산업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사업모델을 구조개편하지 않으면 은행·증권산업과 마찬가지로 성장 정체와 수익성 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로 여신업무 수익성 둔화
카드사의 여신업무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신용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단기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자율이 연평균 19%로 높아 정상적인 금융환경에서는 전체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사업분야다.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와 확장적 통화정책 덕분에 신용도 낮은 소비자를 위한 금융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카드사 여신업무는 비교적 높은 대출금리에도 불구, 낮은 대손비용률을 나타내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가계의 실질소득 개선 없이 정부 규제 완화만으로 소비자금융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향후 카드사 여신업무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금융시장의 성장은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인 다중 채무자의 추가 대출, 즉 돌려막기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한계에 달한 다중채무자 중심으로 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만약 정부 주도로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 잠재된 연체율이 일시에 현실화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 강화로 신판사업 수익성 악화
지난 3일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정부 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보인다. 다중 채무자 중심의 잠재적 한계 채무자 신용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다중 채무자의 채무 탕감과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다.
새 정부는 구조조정보다 이전 정부의 정책, 즉 연착륙 유도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상당 수준으로 하락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추가 인하를 요구,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었던 소비자금융 부문의 이자율도 규제 강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높은 이자율이 가계 이자부담을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카드사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절감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비용 절감은 ‘축소 경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비용 절감으로 실적이 개선되면 또다시 정부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카드사 역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사업모델 전환이 주가 상승 변수
신판사업이 지급결제기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규제 강화는 신판부문의 수익성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전망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여신업무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자 숫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국내 카드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 카드회사 경영진은 자사주 소각 등 자본 효율성 제고를 통한 주가 부양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용 절감, 자사주 소각 등의 대안은 축소 경영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활용, 사업 모델을 재구축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고객 신용정보를 활용해 보험, 여행 등 각종 서비스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의 신용정보를 갖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 볼 때 보험판매, 여행, 각종 포털사업 등 금융 외 서비스업 진출은 카드사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결정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둘째, 국내 신사업 진출이 정부 규제로 어려워지거나 대기업 사업 확대에 대한 정서적 반발이 클 경우 M&A 등을 통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진출뿐 아니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체와 동반 진출한다면 선진국에서도 사업을 해 볼 만하다.
다만 사업모델 재편이 카드사 수익성을 일시적으로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더 힘든 경영환경을 직면할 수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ysyoung@kiwom.com
▶ [Next Week 경제·경영 세미나] 7월15일(월) ~ 7월18일(목)
▶ 35년전 女親과 창고서 사업 시작…이윤보다 고객·지역사회 기여 중시…세계 최대 유기농 판매체인 일궈
▶ 중국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해법
▶ 日오다큐백화점의 실패로 본 벤치마킹의 성공요인
▶ '힐링' 열풍의 확산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