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승·日무대서 23승…美LPGA 한국인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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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골프의 1세대 선수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지낸 구옥희 씨가 지난 10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57세.
KLPGA는 “구 전 회장이 시즈오카현의 한 골프장 숙소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내로 운구되는 대로 장례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고인은 일본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다 몸이 좋지 않아 숨진 당일에는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어릴 때 부모를 잃은 뒤 생활고로 1975년 경기 고양시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게 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혼자 골프를 배운 그는 특출한 재능을 보여 주위로부터 프로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여자 골프 활성화를 위해 협회 내 여자부를 신설했고 1978년 한국골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프로테스트를 실시했다. 1978년 5월 양주시의 로얄CC에서 첫 여자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그는 강춘자 안종현 한명현 등과 함께 프로선수가 됐다. 회원번호는 3번.
고인은 생전의 한 인터뷰에서 “당시 남자 골프선수들이 프로테스트를 치르는 가운데 여자 선수 10여명은 한쪽에서 테스트를 봤다”며 척박했던 환경을 회고했다.
초창기 여자프로골프대회는 1년에 몇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1978년에는 KLPGA 선수권대회 1개만 개최됐고, 이후 10년 동안 시즌당 대회 수는 5~7개에 불과했다. 1978년 9월 처음 열린 여자프로골프대회인 KLPGA 선수권에서 준우승한 고인은 1979년 쾌남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980년 KLPGA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1981년에도 4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했다.
국내 투어에서 통산 20승을 기록한 그는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는 1인자로 군림했다.
고인은 해외 진출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는 재일동포의 권유로 1983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1985년 기분 레이디스에서 첫승을 거둔 뒤 2005년 아피타 서클K 선크스 레이디스 우승까지 일본 투어에서만 통산 23승을 올렸다.
미국 무대에도 진출했다. 1988년 3월 미국 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터콰이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한국인 우승자 1호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던 한국에서는 그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인은 당시 “내 우승 소식조차 알려지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K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1호로 입회했다. 이후 50세의 고령에도 국내 투어 정규대회에 출전해 20대의 후배들과 실력을 겨루며 당당한 선배로서 모범을 보였다.
1994~2010년 KLPGA 부회장직을 맡았고,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 KLPGA 제11대 회장으로 일했다. 고인은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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