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여우고개의 비극, 의심과 증거 사이
7월13일 방송 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의심과 정황뿐인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2013년 4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여우고개 부근. 흙 사이로 사람의 다리로 추정되는 물체가 묻혀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들짐승에 의해 왼쪽 다리가 심하게 훼손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피해자는 2012년 12월 겨울 서울에서 실종됐던 김석준(가명) 씨였다.
김 씨는 2012년 12월15일 작은아들의 출근을 배웅하는 모습이 찍힌 CCTV를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그런데 김 씨가 실종되던 날 CCTV에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큰 여행용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것. 9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 이 남자는 전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두 손으로 밀며 1층 현관을 빠져나갔다.
모자를 뒤집어 쓴 남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는 없었지만 경찰은 탐문수사 후 김 씨의 큰아들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가족 증언에 따르면 큰아들은 김 씨와 금전적으로 갈등을 겪었고, 김 씨가 실종되기 전에도 종종 집에 찾아와 협박을 일삼았다. 무엇보다 큰아들 집 CCTV 화면에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자와 비슷한 차림새의 옷을 입은 큰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 실종 이후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를 몰래 자신의 명의로 옮긴 수상한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은 섣불리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없었다. 사체도, 김 씨가 사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범행에 쓰인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도 큰아들은 끝내 혐의를 부인했다.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던 이 사건은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이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진실의 열쇠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시신 곁에서 큰아들의 행적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인 영화관 카드 영수증이 나왔다. 그날 큰 아들이 본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였다.
범죄가 점점 지능화되어감에 따라 간접증거만 있는 강력범죄가 많아지고 있다. 정교한 완전범죄 시나리오 속에서 직접 증거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재판만 5번을 했던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처럼, 물적 증거가 없을 때 무엇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치밀한 범죄자에겐 그에 맞는 죗값을 치르게 하고, 1%의 가능성으로 억울하게 의심받는 피고인에게는 누명을 벗길 장치가 있어야 한다. 13일 오후 11시20분 방송. (사진제공: SBS)
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 故 해나에게 전하는 엄마의 마지막 편지
▶ 손승연, 10kg 감량 후 D컵가슴-개미허리 '베이글녀'
▶ 박형식 ‘상속자들’ 출연 확정, 9월 로케이션 촬영 돌입
▶ [w위클리] 김준수·인피니트·비스트, 여풍(女風) 잠재울 컴백러쉬
▶ [포토] '폭풍성장' 고아성, 어느덧 완연한 여배우
관련뉴스
